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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선 낙동강변 살인사건

'오래돼 기억나지 않는다'는 공길용 전 형사과장
낙동강변 살인사건 위증 재판에 증인 출석

정진헌 기자

정진헌 기자

  • 승인 2026-09-27 12:57
부산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 전경.(사진=정진헌 기자)
1990년 발생한 낙동강변 살인사건이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정에서 다시 다뤄지고 있다.

두 사람이 살인범으로 몰려 21년간 복역한 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전직 경찰관들의 재심 법정 증언이 위증 혐의로 다시 재판의 대상이 되면서다.

그런 가운데 지난 21일 열린 재판에 당시 수사와 관련된 공길용 전 총경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 전 총경의 법정 증언에서 눈길을 끈 것은 "오래돼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6년이 지난 만큼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건이 단순한 과거의 형사사건이 아니라는 데 있다.

두 사람의 유죄판결이 훗날 재심에서 뒤집혔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당시 경찰관들의 법정 증언 자체가 위증 혐의로 심판받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주요 인물의 기억과 기록을 다시 대조해볼 필요가 있다.

■ 21년의 옥살이를 초래한 수사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부산 낙동강변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약 1년 10개월 만에 최모 씨와 장모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두 사람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폭행과 물고문 등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약 21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 사건의 실체는 다시 법정에 올랐다.

2019년 과거사 조사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가 나왔고, 부산고법은 재심을 통해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국가가 두 사람과 가족들에게 약 7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확정됐다.

한때 유죄로 확정됐던 사건이 재심에서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 그런데 이번에는 '법정 증언'이 문제다

이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재심 과정에서 당시 수사와 관련해 허위 증언을 했다는 취지로 전직 경찰관들을 고소했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4명을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21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는 피고인 4명 가운데 1명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 피고인은 당시 지휘관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반면 나머지 3명은 혐의를 부인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건 발생 후 약 28년이 지나 당시 상황이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았을 뿐 허위로 증언할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각 피고인이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법정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는지, 그리고 그 진술에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 그리고 법정에 선 공길용 전 형사과장

이 사건에서 공길용 전 총경의 법정 출석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 전 총경은 과거 경찰 조직에서 형사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부산경찰청 형사과장과 경찰서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그가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것은 당시 수사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공 전 총경은 법정에서 사건이 오래돼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여기서 취재의 질문이 시작된다.

36년 전 사건이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당시 수사에서 자신의 역할과 보고받은 내용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것인가.

이것은 공 전 총경 개인의 기억력을 문제 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 수사기록과 보고서가 존재한다면 그 기록과 현재 법정 증언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면 된다.

■ 기억보다 중요한 것은 당시의 기록

형사사건에서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질 수 있다.

그러나 기록은 다르다.

수사보고서가 남아 있다면 당시 누가 무엇을 보고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사기록에는 조사 과정과 피의자 진술, 수사관의 활동 내용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상급자에게 보고한 문서가 있다면 당시 수사 지휘라인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억나느냐, 기억나지 않느냐"를 놓고 벌이는 공방이 아니다.

36년 전 기록과 현재 법정 증언을 맞춰보는 작업이다.

만약 기록과 증언이 일치한다면 그것 역시 중요한 사실이다.

반대로 당시 작성된 기록과 현재 증언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발견된다면 그 차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현재 공 전 총경이 위증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아니라는 점도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의 법정 증언이 취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당시 수사의 핵심 관계자가 법정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는지는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 36년 뒤 다시 시작된 질문

낙동강변 살인사건에서 이미 법적 판단은 한 차례 뒤집혔다.

유죄였던 두 사람은 재심에서 무죄가 됐다.

경찰 수사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국가배상 책임도 인정됐다.

이제는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들의 재심 법정 증언까지 법원의 판단을 받고 있다.

36년은 긴 시간이다.

그러나 21년 동안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에게 그 사건은 단순히 오래된 기억이 아니다.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기억의 공방이 아니다.

당시 기록을 꺼내놓는 것이다.

누가 수사를 지휘했는지.

누가 보고받았는지.

어떤 수사 과정이 있었는지.

무엇이 기록됐는지.

그리고 지금 법정에서 나오는 증언과 그 기록이 일치하는지.

36년이 지난 낙동강변 살인사건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은 질문에 답하려면 결국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 말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21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겪은 두 사람과 우리 사회가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실 규명이다.
부산=정진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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