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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식 기자 <사진=김정식 기자> |
같은 산청군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제26회 산청한방약초축제 빅이벤트 '황금장수거북이의 주인공을 찾아라'는 조건부터 노골적이다.
동의보감촌 안에서 당일 5만 원 이상을 써야 한다.
산청읍에서 밥을 먹어도 안 된다.
단성에서 장을 봐도 안 된다.
생초 작은 가게에서 5만 원을 써도 황금거북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숙박비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경품권도 축제장 판매장터 안에서 받아야 한다.
추첨은 오후 4시 메인무대다.
그 자리에 없으면 당첨도 무효다.
돈은 동의보감촌에서 쓰고, 경품권도 동의보감촌에서 받고, 오후 4시까지 동의보감촌을 떠나지 말라는 구조다.
행사장을 북적이게 만드는 데 이보다 좋은 장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묻고 싶다.
산청한방약초축제가 동의보감촌 장터 매출을 올리기 위해 존재하는 축제인가.
지역축제에 막대한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는 관광객을 한곳에 가둬 두기 위해서가 아니다.
축제장을 찾은 사람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물건을 사고, 다시 읍·면을 돌아다니며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 지역축제 경제적 파급효과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정반대다.
10돈짜리 황금거북이와 매일 2돈씩 걸린 경품이 방문객 지갑을 동의보감촌 안으로 잡아끈다.
실제 행사는 10월 2~5일과 9~11일 모두 7일간 진행된다.
특히 개천절과 대체공휴일, 한글날, 주말이 대거 포함된다.
외지인이 몰리고 읍·면 음식점과 상점이 손님을 기다리는 바로 그 기간이다.
그 황금 같은 연휴에 행정이 순금을 걸고 소비처를 한곳으로 지정한 셈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산청군이 불과 몇 주 전 내놓은 정책이다.
산청군은 오는 12월 10일까지 착한가격업소 13곳에서 모바일 산청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면 5%를 돌려주고 있다.
군은 그 이유를 '소상공인 매출 증대'라 밝혔다.
한쪽에서는 읍·면 가게를 이용하라고 5%를 돌려준다.
다른 쪽에서는 황금 22돈을 내걸고 동의보감촌에서 5만 원을 쓰라고 한다.
한 손으로 골목상권에 손님을 보내고, 다른 손으로 더 큰 미끼를 걸어 그 손님을 다시 축제장으로 불러들이는 셈이다.
이게 상생인가.
행정 엇박자인가.
축제장 매출이 늘면 축제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방문객이 넘치고 판매장이 북적이면 사진도 잘 나온다.
그러나 축제장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식당과 시장, 동네 가게 계산대가 조용하다면 그 숫자를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더구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산청군 관내 산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한 당일 영수증을 합산해 5만 원을 넘기면 경품권을 주면 된다.
그러면 황금거북이를 찾아온 관광객이 산청읍에서도 밥을 먹고, 단성에서도 차를 마시고, 생초에서도 물건을 산다.
관광객을 축제장에 붙잡아 두는 축제와 관광객을 산청 전역으로 흩어 놓는 축제.
어느 쪽이 산청 경제에 더 도움이 되는지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황금거북이는 장수를 상징한다.
그런데 정작 오래 살아남아야 할 것은 거북이가 아니라 산청의 작은 가게들이다.
순금 22돈은 일주일이면 주인을 찾는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골목상권은 황금 몇 돈으로 다시 살릴 수 없다.
축제장이 동의보감촌에 있다고 해서 산청의 지갑까지 동의보감촌 안에 가둬서는 안 된다.
황금거북이가 정말 '장수'를 상징한다면, 먼저 산청 11개 읍·면 소상공인의 장수부터 생각할 일이다.
산청=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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