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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동 골목길의 LP카페 '지기'… 무한대 음악 세상과 만난다

낡은 계단 끝 청회색 문 너머 펼쳐지는 음악 공간
보위의 'ZIGGY'와 마음을 알아주는 '지기'의 결합
록과 재즈, LP의 울림으로 일상에 쉼표를 찍는다
태어나 자란 도마동에 음악으로 숨결을 불어넣다

이희택 기자

이희택 기자

  • 승인 2026-10-03 20:49

안하룡 대표가 대전 도마동의 오래된 골목에 문을 연 '지기(ZIGGY)'는 데이비드 보위의 페르소나와 마음을 알아주는 벗이라는 의미를 담은 아날로그 음악 공간입니다. 이곳은 풍부한 사운드의 LP와 CD를 통해 록과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공유하며, 디지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정서적 해방구와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함께 호흡하며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기는 커피와 주류를 곁들인 특별한 휴식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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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의 음악이 시작되는 공간. (사진=지기 제공)
일본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 주백색 입간판이 이곳이 음악을 나누는 공간임을 소박하게 알린다. 좁은 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 높은 볼륨의 재즈 선율과 함께 바깥의 일상과는 조금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처음 만난 이들이 눈인사를 나누는 친근함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이의 고요함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최근 이러한 작은 음악 공간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재즈 킷샤'로 불리운다. 대전 서구 도마동 '지기(ZIGGY)'의 안하룡 마스터(대표)가 꿈꾸는 공간의 원형이다.

그가 남부럽잖은 직장을 내려놓고, 지난 7월 도마 큰 시장과 연결된 오래된 골목에 '지기'의 문을 연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들로 붐비는 명소라기 보다 동네 주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어서다. 투박하지만 살갑고, 오래된 동네의 인증서 같은 좁은 골목들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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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 음악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지기의 내부 공간.
'지기'는 화려한 거리의 멋진 신축 상가 대신 오십 년이 넘은 낡은 골목길과 어울린다.



더욱이 안 대표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라 애정 가득하다. 모교인 대신고 선·후배들이 과거 레코드 가게에 들려 음반을 고르고 음악을 들었던 추억도 연결된다.

그는 "우리 동네를 '시장 빼고는 아무것도 즐길 것 없는 곳'이 아니라 멋진 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힙한 동네'로 바꾸고 싶었어요"라며 지기를 소개했다.

지기로 향하는 길에는 세월이 묻어난다. 계단을 올라 청회색 문을 열면,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Modern Love)'의 매끈한 리듬이나 레드 제플린, 너바나의 묵직한 록 비트가 반겨 줄 것만 같은 상상이 나래를 편다. 늦은 저녁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이, 때로는 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가 등을 토닥여 줄지도 모른다.



지기의 작은 음악 세계는 벽면을 가득 채운 LP와 CD, 맥킨토시와 JBL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호쾌한 사운드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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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가득 채운 LP의 공간.
어딘지 생뚱맞고 낯설어 보이는 이 공간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ZIGGY'라는 이름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기념비적인 앨범 '지기 스타더스트와 화성에서 온 거미들의 흥망 성쇠(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의 페르소나 이름에서 출발했다. 우리말 '지기'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지기'이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지기(知己)'이기도 하다.

대표는 "록(Rock) 지기의 마음으로 록 스피릿(정신)이 누군가에게 여전히 풀어야 할 감정의 해방구를 열어주는 치트키가 됐으면 해요. 예전처럼 새로운 시대정신을 깨우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무던해진 일상에 작은 질문을 던지는 방아쇠로요"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같은 공기를 마시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지기(知己)의 공간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란 바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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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의 또 다른 지기, 안하룡 대표와 음악이 흐르는 공간.
'지기'에서 음악이 다뤄지는 방식은 단순히 LP를 듣고 아날로그 음질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아날로그 영역이 가진 힘은 단순히 취향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름을 존중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LP 위로 바늘이 툭 떨어지는 소리에 잠시 마음을 환기하고, 슬랩 베이스나 그루브 가득한 음악으로 새로운 자극을 받거나 재즈의 여백에서 잠시 자신을 돌아볼 수는 시간도 된다.

그가 아날로그에 주목하는 이유는 디지털의 가치를 부정해서가 아니다. 대표는 "'1'과 '0'으로 조각난 세상에서 잠시나마 '무한대'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근사한 울림을 들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라는 자기 확신을 내보였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도마동 골목길의 '지기'. 그곳에서 한 곡의 음악을 온전히 듣는 시간, 어쩌면 누군가에게 '무한대'는 바로 그런 순간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어느 날 마음에 남은 노래 한 곡이 생각난다면, 그 곡을 떠올리며 계단을 올라봐도 좋겠다. 청회색 문 너머에서는 당신이 귀 기울일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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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에서 만나는 음악과 차의 어우러짐.
한편, 지기(ZIGGY)는 커피와 맥주, 음악이 공존하는 유니크한 공간이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평일은 오후 2시 30분부터 밤 10시, 주말엔 오후 1시(토) 또는 2시(일)에서 밤 11시(토), 밤 9시(일)까지 방문객을 맞이한다. 커피와 각종 차, 음료, 주류에 곁들임 메뉴들이 음악과 하모니를 이룬다. /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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