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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한용 교수 |
논쟁은 10월 1일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다시 불붙었다. 이 대통령은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신속·과감하게" 추진할 것을 당부하면서, 12·3 비상계엄을 거론해 "군에 의한 불법적 내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군의 문화와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군사관학교 창설이 군의 정치적 중립과 쿠데타 방지의 문제와 연결되면서, 사관학교 통합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관학교를 통합한다고 해서 군사쿠데타가 예방되는 것인가? 세계적으로도 사관학교 통합 자체를 쿠데타 방지의 보편적 해법으로 보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쿠데타를 막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느 사관학교 출신인가가 아니라, 군인이 누구에게 충성하고 어떤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새뮤얼 헌팅턴의 오래된 질문이 오늘날 우리 군에 다시 등장한다.
군인은 어디까지 복종해야 하는가?
새뮤얼 헌팅턴은 『군인과 국가』에서 군사전문직업의 윤리를 '보수적 현실주의'로 설명한다. 군인은 국가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는 전문직업인이며, 그 핵심 덕목 가운데 하나가 복종이다. 그러나 복종이 군인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복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헌팅턴은 군사복종과 비군사적 가치가 충돌할 수 있는 영역으로 정치적 판단, 군사적 전문성, 법률, 그리고 기본적 도덕성을 제시한다.
먼저 정치적 판단의 영역에서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군은 전쟁의 수단과 가능성에 관해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지만, 전쟁과 평화, 국가의 정치적 목적을 결정하는 것은 헌법에 따라 정당한 정치권력의 몫이다. 군인이 정치적 판단의 주체가 되는 순간 문민통제는 무너진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지도자의 모든 명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뜻하지는 않는다. 군사적 전문성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군인의 독립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정치지도자가 군사작전의 구체적인 방법까지 잘못 판단할 경우, 군인은 자신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정확하게 조언해야 한다. 복종은 침묵을 의미하지 않는다. 책임 있는 군인의 복종에는 전문적 판단과 진언의 의무가 포함된다.
더 중요한 것은 법률의 문제다. 군인은 특정 정치인에게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충성하는 공직자다. 따라서 민간의 권위자가 내린 명령이라고 해서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명령이 불법인지 누가, 언제 판단할 것인가'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을 돌아볼 때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이 요구하는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그 명령이 위헌·위법하다고 확인된 것과, 그 명령을 받은 당시의 군인이 그것을 불법이라고 인식할 수 있었는가는 서로 다른 문제다.
12·3 당시 모든 군인이 동일한 정보와 상황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한된 시간과 정보, 상급 지휘관의 명령, 현장 상황에 대한 불완전한 판단 때문에 명령의 위법성을 즉각 인식하기 어려웠던 군인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책임 역시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어떤 명령을 받았는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지, 자신의 직책과 권한으로 위법성을 판단할 합리적인 기회가 있었는지, 그리고 의심이 생긴 이후에도 계속 명령을 수행했는지를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정보 부족과 상명하복을 모든 행위의 면죄부로 삼을 수도 없다. 헌법기관의 권한을 물리적으로 제약하는 등 명백히 위헌·위법한 명령이라면 군인에게는 이를 문제 제기하고 보고하거나, 필요한 경우 거부해야 할 법적·직업적 책임이 발생한다. 결국 12·3에서 우리가 따져야 할 것은 복종했느냐, 불복종했느냐만이 아니라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판단할 수 있었으며, 어디까지 행동했는가이다.
마지막으로 헌팅턴은 기본적 도덕성의 한계도 말한다. 아무리 합법적인 권위가 내린 명령이라 하더라도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과 같은 극단적인 명령 앞에서 군인이 인간으로서의 도덕적 책임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군인의 복종에는 궁극적인 인간적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헌팅턴이 던진 질문은 '군인은 복종해야 하는가, 불복종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핵심은 무엇에, 어떤 범위에서 복종해야 하는가이다.
군인은 정치적 목적을 수행하되 정당정치에 복무해서는 안 된다. 민간의 권위에 복종하되 군사적 전문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합법적인 명령에는 충실히 복종하되 명백히 위법한 명령까지 따라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인간으로서의 도덕적 책임도 포기할 수 없다.
강한 군대란 단순히 명령을 잘 따르는 군대가 아니다. 정당한 명령과 부당한 명령을 구별하고, 복종의 의무와 불복종의 책임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군대가 진정 강한 군대다.
그런 의미에서 군사쿠데타를 막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국군사관학교로 간판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헌법과 법률에 대한 충성, 확고한 문민통제, 군사전문직업윤리, 그리고 책임 있는 판단능력을 갖춘 군인을 길러내는 데 있다.
군인의 명예는 명령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느냐에만 있지 않다. 그 명령이 국가와 헌법, 국민을 위한 것인지 끝까지 판단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했는가에도 있다.
군인은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충성은 어디에서 멈추어야 하는가.
/정한용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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