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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수사와 기소가 갈라선 자리에서

장정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서북)

김흥수 기자

김흥수 기자

  • 승인 2026-10-15 15:18

신문게재 2026-10-16 18면

장정훈(신규 사진)
장정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서북)
법정에 서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운명을 쥔 국가 권력이 얼마나 거대하게 느껴지는지를 압니다.

수사를 통해 혐의를 파헤치고, 그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권한. 지난 78년간 이 두 가지 막강한 칼자루를 한 손에 쥐고 있던 것이 바로 검찰청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10월 2일, 그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한 국가기관의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가가 한 개인을 상대로 행사하는 형벌권의 설계도 자체를 다시 그린 중대한 사건입니다. 그 영향은 법조계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수사와 재판을 마주하는 보통 사람의 일상에 곧바로 와닿기 때문입니다.

이번 개혁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입니다. 이제 검찰의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 이른바 중수청으로, 기소 기능은 공소청으로 각각 나뉘어 넘어갔습니다. 수사하는 자와 재판에 넘기는 자를 갈라놓아, 어느 한 기관도 혼자서 사람을 겨냥하고 끝장낼 수 없도록 서로 견제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는 권력은 나뉠 때 비로소 절제된다는 오랜 법치의 원리를 형사사법 영역에 본격적으로 적용한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권력기관에게 주어진 권한을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발상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큰 수술이 필요했을까요. 그동안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표적수사'와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사건의 본류와 무관한 영역까지 파고드는 별건 수사, 피의자의 가족과 지인까지 샅샅이 훑는 저인망 수사로 고통받았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 기관이 수사의 시작과 기소의 끝을 모두 결정하니, 스스로를 돌아보고 멈출 제동장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에 대한 오랜 문제의식이, 결국 칼자루를 둘로 나누는 이번 결단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좋은 취지가 곧바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견제의 공백입니다. 기존에 검사가 가지고 있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이 사건을 미흡하게 처리하거나 덮어 버리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장치가 마땅치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공소청은 직접 수사도, 보완 수사도 할 수 없고 그저 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더욱이 여러 수사기관 사이에 서로 떠넘기는 이른바 '사건 핑퐁'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될 수 있고, 약 16만 5000건에 이르는 검찰의 미제 사건을 넘겨받는 작업도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 피해자의 회복도 미뤄지고, 혐의를 받는 사람도 불확실한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실제로 새로운 기관들이 인력과 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출발부터 했다는 '개문발차(開門發車)'라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개혁의 성패는 권력을 나누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나눠진 권력들이 시민을 위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권력을 견제하려다 정작 범죄 피해자를 구제할 역량까지 약해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방치일 뿐입니다. 제도의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억울한 한 사람을 끝내 구제하지 못한다면 그 개혁은 실패한 것입니다.



시민으로서는 사건의 성격에 따라 어느 기관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를 미리 확인하고, 과도기의 지연에 대비해 스스로 증거를 챙겨 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거대한 제도가 다시 세워지는 지금, 우리 대전의 시민들이 새 체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장정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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