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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효준 내포본부 기자 |
요즘 정부의 부동산 긴급 대책을 보면 문득 그때 보았던 약장수의 알약 한 알이 그대로 떠오른다. 만병통치약을 자처하며 화려한 효능을 자랑하지만, 결국 각자 건강 상황이 다른 환자에게 똑같은 처방전을 내밀고 있는 것과 다름없어서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는 대규모 공급과 대출 규제 정책이 딱 그렇다. 발표되는 대책의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충남의 주택 현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아무런 효용이 없는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정부의 시선이 가파르게 오르는 서울 집값에 묶여 있는 사이 충남의 주택 현장은 고사 직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건설 경기 회복세가 양극화되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가 소수에 불과하고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충남 건설업계의 업황은 타 지역보다 훨씬 부진할 것으로 분석되는 실정이다.
현장의 수치는 더욱 잔혹하다. 지난달 발표된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방 상당수 지역에서 미분양이 해소되는 흐름을 보인 것과 달리, 충남의 미분양은 3814가구에서 8894가구로 5000가구 이상 폭증했다. 전국 최대 증가세다. 2만 2000여 가구의 물량이 쏟아졌지만, 고금리와 규제 속에 실수요가 완벽히 얼어붙은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공포가 착공 절벽과 기업 건설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7월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의 '최근 충남지역 건설경기 부진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가 경고했듯, 미분양에 짓눌린 지역 건설업계는 인허가를 받았음에도 신규 착공을 멈춰 세우고 있다.
착공 감소는 향후 2~3년간 지역 건설사의 대규모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충남도마저 오랜 기간 쌓인 재정난으로 자체 연착륙 카드를 꺼내기 힘든 상황에서, 지역 중소 건설사와 하도급 노동자들은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미 상황이 엇갈린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이 같을 수는 없다. 지방의 미분양과 거래 절벽을 서울 방식의 규제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옆 동네 환자의 약을 똑같이 먹이는 꼴이다.
경로당 약장수의 알약은 어르신들이 웃으며 사줄 수 있었지만, 생존이 걸린 지방 부동산시장에 내놓은 정부의 잘못된 처방전은 도저히 웃어넘길 수 없다. 지금 지방에 필요한 것은 서울 눈치 보기가 아니라 시장을 따로 분리해 보는 '이원화된 접근'이다. 지방에 걸맞은 대출 정책과 맞춤형 핀셋 대책을 즉각 내놓아야 한다. 표밭이 깔린 서울만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 속에서 충남 주택시장의 골든타임은 오늘도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심효준 내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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