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교육
  • 사건/사고

세상 가장 긴 무덤 뒤덮는 전시관?… 산내 평화공원 추진 소통창구 개설 절실

산내평화공원 2028년 준공 목표 12월 착공예정
골령골대책회의 19일 토론회서 전시관 준비 점검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6-10-20 18:56

신문게재 2026-10-21 1면

정부가 오는 12월 대전 골령골에 민간인 희생자 추모를 위한 평화공원을 착공할 예정이나, 설계상 유해 매장지가 건축물로 덮여 역사적 원형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지역사회와 유족회는 행정안전부와의 소통 창구 부재를 지적하며,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과 체계적인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국 단위 위령 시설로서의 상징성을 확보하고 향후 운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착공 단계부터 실질적인 운영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심규상 위원장_1edited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가 19일 동구청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심규상 대책위 정책위원장과 고은경 제주4·3평화재단 차장 그리고 김민환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한국전쟁 전후 집단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기 위해 정부가 대전 동구 골령골에 전국단위 평화공원을 오는 12월 착공할 예정인 가운데 현 설계대로라면 유해 매장지가 건축물과 조형물로 뒤덮여 원형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는 19일 대전 동구청 중회의실에서 '골령골 평화공원 착공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정안전부는 총사업비 610억 원을 투입해 오는 12월 착공하고 2028년 하반기 준공할 계획이다. 2016년 전국 공모를 통해 대전 산내 골령골이 조성부지로 선정됐지만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와 타당성 재조사 등을 거치면서 준공 시점이 2020년에서 2024년과 2027년을 거쳐 2028년으로 연기됐다. 평화공원은 한국전쟁 전후 군경과 적대세력 등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고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기 위한 시설이다.

착공 시점은 어렵게 정해졌지만 지역사회와 유족회가 평화공원 조성 주체인 행안부와 소통하고 협의할 창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사회와 대전시 및 유족회 의견을 수렴해 행안부에 전달하기 위한 추모공원추진위원회 관련 조례가 2017년 제정됐다가 2022년 폐지됐기 때문이다. 현재 행안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내 자문위원회가 유일한 협의 창구지만 2017년 구성 이후 전문가 인적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clip20261020184049
대전 산내 평화공원 조성 계획도. 유해가 매장된 골짜기를 따라 전시관이 조성될 예정이다.  (그래픽=발표자료 발췌)
특히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는 골령골의 민간인 희생 골짜기를 따라 전시관과 보행로 및 잔디광장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학살과 암매장의 역사적 현장이 건축물과 구조물로 뒤덮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심규상 대전골령골대책회의 정책위원장은 "골령골에서 발견된 8개의 암매장 학살지 중 1학살지 일부 유해발굴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현장은 건물을 지어 덮는 형태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추모시설을 세우는 과정에서 정작 추모해야 할 역사적 현장의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과 개발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은경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차장은 "4·3평화공원은 2008년 개관에 앞서 4년 전부터 전시기획팀을 만들어 관련 자료 수집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는 등 건축보다 앞서 준비했는데 산내 평화공원 역시 2028년 준공이 목표라면 지금부터 착수해야 한다"며 "저희는 월 1회 간담회 방식으로 추진 상황을 공론화했는데 이러한 절차를 사업 지연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개관 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사전에 줄이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제안했다.



군경뿐 아니라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과 유족을 모두 아우르는 전국단위 위령·추모시설인 만큼 서로 다른 아픈 역사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도 과제로 꼽혔다.

김민환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는 "대전 산내 골령골이라는 지역성과 전국의 민간인 학살 추모를 상징하는 전국시설이라는 위상을 결합하는 숙제가 있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며 "착공할 때 적어도 운영위원회의 틀을 갖춘 어떤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