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의창(醫窓)

[의창] 루돌프 사슴의 뿔은 녹용일까?

김경국 금산 거북이한의원 원장

김경국 금산 거북이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2-22 14:06

신문게재 2016-02-23 22면

▲ 김경국 금산 거북이한의원 원장
▲ 김경국 금산 거북이한의원 원장
보약 중 최고의 영약으로 인정받는 약재로 녹용을 들 수가 있다. 녹용은 사슴과에 속하는 마록, 대록, 매화록 또는 동속 근연 동물의 골화(骨化)되지 않은 어린 수컷의 뿔을 잘라서 말린 것으로 이야기 한다.

사슴은 사실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성탄절이 오면 캐럴송으로 부르는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의 주인공인 루돌프는 위에 정의한 녹용에 해당하는 사슴과(科)에서 벗어나는 다른 종이다.

루돌프 사슴의 뿔을 잘라 동심을 해치고픈 마음은 없지만 루돌프는 툰드라 지대에 서식하는 순록(Reindeer)의 일종이다.

순록은 암수 모두 뿔을 갖고 있어 수컷의 양기를 상징하는 뿔을 쓰는 녹용에 있어서는 자격 미달인 셈이다.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암사슴에도 주사를 놓아 뿔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세상이기도 하니, 루돌프 사슴의 녹용도 시중 어딘가에는 유통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녹용은 일조량 및 습도 변화에 따라 성장이 결정된다. 강우량이 많아 연중 다습한 기후가 녹용 성장에 훨씬 유리하다. 춘분을 전후해 묵은 뿔이 떨어지고 새로운 녹용이 성장을 한다.

이때 사슴의 혈장 및 정소내 테스토스테론(웅성호르몬)의 농도가 가장 낮으며, 일조시간의 변화가 시각을 통해 간뇌 중추에 전달이 되어 뇌하수체를 통해 성장 호르몬의 분비가 두드러지게 된다.

이른 여름까지 테스토스테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며 성장 호르몬의 작용으로 급속한 녹용의 성장을 이룬다. 하지 이후로 낮아져있던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아지며, 추분이 되면 뇌하수체에서 성장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해 성장을 멈추게 되고 벨벳의 탈피와 녹각화가 이루어진다. 이때 테스토스테론의 농도는 최고조에 이르게 되어 발정기를 맞게 된다.

녹용은 1년의 주기로 식물처럼 자라고 떨어지고 한다. 수컷 사슴은 생후 10개월께부터 시작해 1년을 주기로 녹용을 생산한다. 1~2년생때는 외가지의 작은 녹용이 자라나며, 3년째부터 생산되는 녹용을 채취해서 약으로 유통한다. 4~6년이 되면 완성된 4지용의 형태를 갖추게 되며 10년생까지 최대로 생산량을 보이며, 성 호르몬의 감퇴에 따라 생산량이 점차 감소한다.

녹용의 성장 주기의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녹용을 약으로 쓰는 것은 “이른 봄에 언 땅을 뚫고 솟구치는 강한 힘”을 얻기 위함이다.

녹용의 여러 가지 효능 중에서도 성기능의 개선을 가장 으뜸으로 치고 있다. 남성들의 비뇨 생식기, 전립선 질환에 사용해 소변 줄기의 강화 및 발기력의 유지에 큰 효과가 있다.

여성의 경우 월경통, 배란장애는 물론 산후 기력 회복 및 갱년기 증후군까지 자궁을 중심으로 한 모든 질환에 사용된다. 아울러 강근골(强筋骨) 하는 작용을 통해 근육의 피로도를 낮추고 인대, 뼈를 강하게 해 운동능력을 향상 시킨다. 소아 같은 경우엔 면역력을 강화해 비염, 아토피 같은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며 선천적 발육부진 및 야뇨 등에도 널리 쓰인다.

녹용을 고르는 데 있어 산지나 같은 산지라도 부위에 따라 용도와 품질이 다양하다. 러시아산 원용, 뉴질랜드산 녹용이 고품질로 평가를 받고, 중국산 깔깔이 녹용을 다음으로 친다. 북중미산이나 국내산 녹용으로 흔히 매체에서 알려진 녹용은 엘크종으로 녹용으로서 품질을 인정받지 못한다. 2000년대 중반 북미지역에선 사슴 광우병으로 불리는 광록병이 발생해서 현재 국내엔 캐나다 녹용 및 사슴고기의 수입이 전면 금지된 상황이다. 아울러 국내산 녹용으로 불리는 경우도 북미쪽에서 수입된 엘크를 국내 농장에서 사육된 경우가 많으니 반드시 검증된 의약품 규격의 녹용인지 알아봐야 한다.

녹용의 절편 부위에 따라 위에서 부터 분골, 상대, 중대, 하대 등의 분류가 있다.

위쪽인 분골로 갈수록 단면이 치밀하고 부드럽다.

색은 밝은 계열의 황적색이며 팁(맨 끝)부분에는 검붉은 기름띠가 잡혀있다. 상대에서 중대로 내려올 수록 단면 조직은 점점 거칠어지고 색은 검붉게 다소 어두워진다. 맨 아래인 하대 부분은 조직이 성기고 구멍이 많이 뚫려 있으며 골질화가 되어 하얗게 띠는 부분이 많다. 분골쪽으로 갈수록 생장점이 많고 혈관의 작용도 활발하여 성장 활동에 효과가 좋고 아래로 갈수록 강근골 하는 작용이 우세하다.

미디어의 발달로 녹용이 들어간 각종 보양 식품의 판매가 난무하지만 정확한 녹용을 우리 소비자가 알고 골라야 한다.

루돌프 사슴뿔도 녹용이 아니듯이 국내산 사슴도 녹용이 아닌 것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정신은 좋은 것이지만 녹용에 있어서 만큼은 예외를 두도록 하자.

김경국 금산 거북이한의원 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