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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미술 아카이브] 80-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들 '르뽀동인회'

송미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정바름 기자

정바름 기자

  • 승인 2024-10-21 17:12

신문게재 2024-10-22 19면

42-르뽀동인회 창립
《르뽀동인회 창립전》 리플릿, 1976 (이미지: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1976년 5월 19일에서 5월 24일까지 대전문화원 전시실에서 《르뽀동인 창립전》이 개최됐다. 홍익대학교 출신의 권영우, 박명규, 박봉춘, 신동주, 유근영의 다섯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에는 연필, 붕대, 풀, 색연필, 현장 탁본, 물감 뜯어내기, 기하학 등을 이용한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출품됐다. 회화 위주의 구상미술로 이어져 오던 대전지역에서 이 낯설고 새로운 미술에 대해 당혹감을 비추며 냉소적이며, 비판의 눈길을 보냈다. 당시 대전문화계 인사는 '이게 무슨 전시야'라며 화를 내기도 했고 관람객은 전시장에 작품이 없다고 그냥 나가기도 했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추상미술에 대한 이해가 없던 시절, 전통적인 회화양식이 주류를 이루던 대전지역에 이들은 신선한 미의식을 전개하고자 했다.

대학에서 현대미술을 배우고 대전에 내려온 이들은 이러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고 '대전지역에 현대미술이란 현장을 한번 실행에 옮겨보자'라는 뜻을 모아 '르뽀동인회'를 창립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르뽀는 '르포르타쥬'의 준말로 '현지 또는 현장'이란 뜻으로 일반 매스컴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단어였다. 추상의 불모지에서 첫 창립전을 개최한 이듬해인 2회 전시(1977년)는 구성과 내용을 더욱 공고히 하여 전시를 개최했다. 1982년 대전의 전위그룹들을 망라한 《르뽀+19751225+대전78세대와의 연합전》을 대전시민회관에서 열었으며 이후 여타 그룹(광주 에뽀끄)과의 연합전, 남부현대미술제 등에 참여해 그 활동영역을 더욱 넓혀갔다.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의식을 가지고 창작활동을 펼쳐나가는 길을 열어주고 대전미술이 현대미술의 흐름과 함께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송미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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