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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한·일 협정 60주년과 '오구라 수집품' 환수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4-10-22 17:11

신문게재 2024-10-23 18면

이상근 이사장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내년은 한일국교정상화를 목적으로 외교협정을 맺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양국의 외교가에서는 이때를 기해 어떤 외교 보따리를 풀어서 국민의 마음을 얻을지 목록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강제노동 피해자, 우키시마호 피해자는 물론 독도 영유권,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청산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경화되는 일본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편향으로 보아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외면하면 안된다. 최근 한국 정부의 일각에서도 '미래','관계'라는 미명아래 구애가 지나치고 심지어 항일독립의 역사를 삭제하려는 망국적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60주년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넘쳐나고 있다.

한일관계의 역사는 지금 논쟁을 벌이는 '근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유산으로 살펴보아도 일본 정부가 지정한 중요한 한국기원 문화유산은 고대와 중세를 대표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 고대 문명의 꽃인 아스카 문명은 한반도에서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특히 백제의 영향은 지금도 도처에 역사의 자취를 남기고 있다. 일본 최고 명품은 구다라(백제)에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이다.

고대에서는 문명의 요청자로 지극하였던 일본이 고려말에는 약탈자로 변했고, 1592년에는 침략전쟁을 벌여 무수한 문화유산을 강탈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수탈로 인해 한반도 전역이 피해를 당했다.



이를 회복하고자 1965년 한일협정의 주요 의제 중에 하나가 '문화재협정'이었다. 당시 한국은 4,400여점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이미 반환한 108점을 포함하여 1,432점만 '인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협정은 숱한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원천적으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받지 못함으로 문화재 환수도 '반환'과 '양도' 사이에서 '인도'라는 용어로 절충했듯이 원인은 해결하지 못하고 미봉에 그친 협정이었다. 그로 인해 지금도 과거사 문제가 지속되고 있으며 국민의 고통은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반환 요청 목록에는 '오구라 수집품' 등 개인 소장품이 포함됐지만 일본 정부는 개인 소유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오구라 수집품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체 역사와 한반도 전역의 유산을 망라한 그야말로 '우리의 역사'이다. 그중 1,030점은 1981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1965년 문화재협정 부속합의서는 "개인 소장품은 기증을 권장한다"는 내용이 있다. 기본 조약과 함께 부속합의서도 외교문서로 협정에 따라 비준(제7조)했다. 비준하면 법적 효력이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국립기관인 도쿄박물관의 오구라 수집품은 협정에 따라 한국에 반환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외교사료관 문서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1984년부터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청하고 있으니 '점유시효'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국보'를 보면 일본이 고대 역사에 관해 얼마나 진심으로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고취하려고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고고유물 중에 국보 지정은 280여 점에 이른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국의 유산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처럼 오구라가 수집한 고고 유물도 한국 역사에 있어서 대단히 소중하다. 더구나 일부 사리함의 경우는 출처지 밝혀져 있어 윤리적으로 소장해서는 안되는 사례이다. 도쿄국립박물관이 국제사회가 정한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윤리적인 박물관이 되고자 한다면 한일협정의 기증 권장에 따라 조속히 한국 정부에 반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일협정 60주년을 맞이하여 '근대'에만 머물지 말고 한일 역사 관계의 근원부터 현재를 살펴보고 이를 대표할 증거인 '오구라 수집품'의 반환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수집품이야말로 '근대'의 행위지만 그 뿌리는 '역사'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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