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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내음] "주민들 위해 힘 보태"… 26년간 진잠동에서 봉사해온 길창숙 씨

1998년부터 26년간 진잠동에서 1만 5000여 시간 봉사
코디네이터로서 진잠도서관·사랑방 등 휴식공간 마련

최화진 기자

최화진 기자

  • 승인 2024-12-18 18:33

신문게재 2024-12-19 6면

'대한민국은 위대하다'라는 말은, 위정자를 위한 표현이 아니다. 국민이 낮은 곳에서 맡은 소임을 꿋꿋이 실천하고 뿌리를 깊게 내려 풍파를 매번 이겨냈기에 터져 나오는 감탄사다. 바람 잘 날 없는 대한민국에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는 자원봉사자 이야기를 네 차례 연재해 나누는 삶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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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잠사랑방에서 코디네이터로 봉사하는 길창숙 씨를 만나봤다./사진=최화진 기자
대전 유성구 진잠동에 사는 길창숙(71) 씨는 최근 진잠동 주민들이 그린 캘리그라피, 수채화 등을 전시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진잠사랑방에는 진잠동 주민들이 주민자치프로그램을 통해 완성한 그림들로 가득 찼다. 푸르른 잔디에 흰 데이지 꽃이 가득 피어있는 수채화부터 유명한 민화인 '까치와 호랑이'와 '석류도' 등 수준급의 그림들이 한옥으로 된 진잠사랑방과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현재 길 씨 등 1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운영 중인 진잠사랑방은 진잠동만의 문화 공간이다. 주민들은 이곳에 들러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기도 하며 전시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고, 길 씨는 진잠사랑방이 개관된 2023년 12월부터 이곳을 관리하고 있다.

1998년 진잠동 통장을 맡은 순간부터 길 씨는 진잠동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26년째 이어오고 있다. 길 씨의 첫 봉사는 진잠다목적체육관 탈의실 청소였다. 통장으로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주민들이 한층 더 편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은 길 씨는 이어 재향군인회여성회에 가입하거나 평생학습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독거노인 돌봄과 복지센터 무료급식 등으로 봉사활동을 확대해갔다. 특히 그에게 있어 평생학습 봉사는 특별하다. 독거노인 방문 건강관리사업을 통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댁을 방문해 말벗이 되어드렸던 시간은 어르신들의 장례까지 치루며 이젠 길 씨 마음 한 켠에 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길 씨는 진잠동 곳곳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항상 먼저 손을 내밀었고, 이는 26년 동안 1만 5000여 시간의 봉사시간으로 인정받아 13개의 봉사상을 표창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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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경 진잠사랑방에 유치원 아이들이 방문해 다함께 독서를 하고 있다./사진=길창숙 씨 제공
길 씨는 현재 진잠도서관 코디네이터로 봉사하며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평생학습센터 등 주민센터에서 그는 농구 강좌나 그림 교실, 건강 밥상과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 중이다. 또 진잠도서관 옆에 위치한 진잠사랑방까지 관리하면서 진잠동 주민과 함께 송편을 만드는 등 주민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주민들이 살기 좋고 정감 가는 동네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길 씨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봉사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가까이에서 자신의 봉사를 지켜보던 딸아이가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가거나 사랑방에 들르는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지원하는 등의 나비효과를 보며 길 씨는 크게 보람을 느끼고 있다. 길 씨는 "봉사는 대가 없이 마음을 다하는 것이므로 주민들을 위해서 힘을 보탤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앞으로도 남녀노소 진잠동 주민들이 사랑방 등에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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