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사월이 연도의 시작이다. 학교도 기업도 일제히 새해를 맞이하며, 사회 전체가 같은 날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삼월의 졸업식에서 이별을 경험하고, 그 여운이 남아 있는 가운데 새로운 계절을 맞는다. 벚꽃이 필 무렵이면 신입생과 신입사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조금은 큰 교복을 입은 아이들, 아직은 어색한 정장 차림으로 역을 향하는 젊은이들. 그 풋풋한 모습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까지 새롭게 만든다.
나에게 봄은 단순히 따뜻해지는 계절이 아니다. 인생의 구분을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다. 입학, 취업, 인사이동... 나는 그 공기 속에서 여러 번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뎌 왔다.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그 감각은 지금도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
서른 살이 되던 해, 나는 일본을 떠나 한국에서 살기 시작했다. 실제로 건너온 때는 봄이 아니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해 봄에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계절의 구분은 달랐어도, 마음속에서는 일본에서 여러 차례 경험했던 '시작'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지금은 젊은 시절처럼 큰 변화는 많지 않지만, 이 계절은 작은 목표를 세우고 나 자신을 가다듬는 시간을 내게 준다. 나이가 들어도 시작은 몇 번이고 찾아온다는 것을, 봄은 조용히 일러 준다.
나의 봄 이야기는 일본의 새 연도와 함께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바다를 건너온 지금도 따뜻하고도 든든하게, 나를 계속해서 지탱해 주고 있다.
후지와라나나꼬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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