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우리 일터의 안전, 예방이 최우선이다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박병주 기자

박병주 기자

  • 승인 2026-09-27 10:43

신문게재 2026-09-28 18면

박범정11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위험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개선하지 않아서 사고가 납니다." 며칠 전 일간지에 실린 대전고용노동청장의 인터뷰 기사 중 이 말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노무사로서 여러 사업장의 산업재해, 중대재해 사건을 자문하고 사건을 접해 온 필자에게도 깊이 공감되는 말이다. 실제 중대재해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보다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개선을 미뤄 온 위험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 대전에서도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3월 문평동 자동차부품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는 14명이 숨지고 74명이 다치는 큰 피해를 남겼다. 현장 관계자들은 해당 물질의 화재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작업 일정과 생산성을 이유로 충분한 개선 조치를 미루다 사고를 막지 못했다.

지난 6월에는 화약류를 취급하는 방산업체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여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 사업장은 2018년과 2019년에도 유사한 폭발사고로 중대재해를 겪은 곳이었다. 이미 확인된 위험이 제때 제거되지 못한 채 다시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픈 사례다.

이러한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위험을 알면서도 "이번 한 번쯤은 괜찮겠지" 하고 넘기거나, 생산성과 작업 편의를 이유로 개선을 뒤로 미루는 순간 사고의 가능성은 커진다는 것이다. 안전을 비용이나 생산의 걸림돌로 여길 것이 아니라 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인식하는 경영자의 '안전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사고 원인을 경영자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원·하청이 뒤섞인 작업 현장에서는 안전관리 책임의 소재가 흐려지기 쉽고, 반복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의 사후 점검이 실효성 있게 작동했는지도 함께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통계를 살펴봐도 기본적인 안전수칙의 중요성을 확인된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2025년 관내 사고성 사망자는 14명으로, 제조업 3건, 건설업 6건, 기타 업종 5건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 2건, 맞음·깔림·베임이 각각 1건이었다. 첨단산업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떨어짐·끼임·맞음과 같은 이른바 '재래형 재해'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예방 방법이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 떨어짐 사고는 작업발판과 안전난간, 추락방호망을 제대로 갖추고 안전모·안전대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끼임 사고는 방호장치와 비상정지장치를 갖추고, 정비·수리 시 전원을 차단하는 LOTO(Lock Out, Tag Out) 절차를 철저히 지키면 예방할 수 있다. 맞음 사고 역시 낙하물방지망 설치와 출입금지구역 운영 같은 기본 조치만 지켜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산업재해 예방의 핵심 제도로 '위험성평가'를 빼놓을 수 없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찾아 위험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수립·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다만 이 제도가 형식적인 서류 작성에 그쳐서는 의미가 없다. 실제 작업을 가장 잘 아는 근로자가 직접 참여해 현장의 위험요인을 짚어내고, 그 개선 결과를 게시판이나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등을 통해 구성원과 공유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안전제도로 작동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법률과 제도의 취지는 복잡하지 않다. 사업장에서 위험을 발견했다면 이를 방치하지 말고 제거하거나 줄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위험성평가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사업장이라면 안전보건공단의 무료 컨설팅이나 지역 노동청의 자율점검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산업재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우연한 불행만은 아니다. 현장 곳곳에서 보내는 작은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이미 알고 있는 위험을 방치할 때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 일터의 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뒤의 수습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 발견한 위험을 오늘 개선하는 것, 바로 그 예방의 실천에서 시작된다.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