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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일 장편소설 '코스모스를 죽였다'...오페라로 무대에

오페라 '코스모스를 죽였다',
10월 8~9일 오후 7시30분 복합문화공간 대전 플랜에이B홀 무대에 올라
"서로 등 대고 졸다가 함께 떠나자고 약속했지만"…너무나 사랑하기에 아내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남편 이야기

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

  • 승인 2026-10-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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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일 작가. 사진=윤희일 작가 제공
“햇살 좋은 어느 날 오후, 서로 등 대고 졸다가 함께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

윤희일 작가의 장편소설 <코스모스를 죽였다>가 오페라로 무대에 오른다. 2020년 나온 이 소설은 2022년과 2024년에도 오페라로 제작된 바 있다.

작가는 경향신문 도쿄특파원 시절인 2015년 마음 저린 사연을 접한 뒤 이를 기사화했다.

<"사랑해서 죽인 것이 인정된다"…'죽여달라'는 부인 살해한 93세 남편에게 집행유예>



기사의 제목이다.

"(저승에 가서) 만났을 때 부인이 슬퍼하지 않도록, 평안한 나날을 보낼 것을 부탁합니다."

당시 일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93세 남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이런 주문을 했다.



남편은 전년 11월 자기 집에서 부인(83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평소 허리와 다리 등의 통증에 시달리며 치매 증상까지 갖고 있던 부인은 매일 같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은 헌신적으로 아내를 돌봤다.

남편은 "(저승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부인 옆에 누웠고, 옛 추억을 더듬으면서 대화를 나누다 부인의 목을 졸랐다.

당시 판사는 "사랑해서 저지른 범행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60년 이상 삶을 함께해온 부인을 자신의 손으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리게 된 데 대해 동정을 금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윤 작가는 "판결문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면서 울고 말았다"며 "취재하면서 운 적은 있지만, 기사를 쓰면서 운 것은 이게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부터 소설 <코스모스를 죽였다>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간병살인'이 가져다주는 '가슴의 통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그 아픔을 글로 쓰기로 했고, 자료를 모으고 취재에 힘을 쏟았다. 관련된 사례와 자료를 모으는 작업은 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까지 이어졌다.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의 길을 가고 있는 일본과 한국, 두 나라 모두 가슴 아픈 사례가 적지 않았다.

윤 작가는 "비극의 주요 원인은 질병인데, 그중에서도 치매와 관련된 것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햇살 좋은 어느 날 오후, 서로 등 대고 졸다가 함께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

소설과 오페라의 주인공인 김상혁과 그의 아내(코스모스)는 늘 이런 꿈을 꿨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김상혁은 갑자기 다가온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코스모스의 목을 졸랐다. 그는 "내가 기억을 완전히 잃으면 당신의 손으로 죽여달라"는 코스모스의 간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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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포스터. 포스터=윤희일 작가 제공


윤 작가는 "이 작품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며 "소설과 오페라는 그 아픔을 우리가 모두 함께 나누는 통로"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8일과 9일 오후 7시 30분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 옆 복합문화공간 플랜에이B홀에서 열린다.

오페라의 모든 음악은 독일에서 공부한 유명 작곡가인 김명순 ㈜나무예술기획 대표가 작곡했다.

나무예술기획이 만든 이번 오페라는 '손바닥 소극장 오페라'라는 새로운 형태의 무대라는 점에서 예술계의 관심을 끈다.

대규모의 제작비와 화려한 무대를 특징으로 하는 기존 오페라의 관행을 탈피해 소극장에 최적화된 '밀착형 창작 오페라'라는 새로운 포맷을 도입했다. 이 점이 이 오페라의 가장 큰 힘이다.

무대 위의 배우와 객석의 관객 사이에 생기는 거리를 좁힘으로써 오페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김명순 대표는 "화려한 무대장치에 가려졌던 오페라 장르의 본질을 소극장 공간에 맞게 재정립함으로써 오페라의 새로운 제작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오페라 <코스모스를 죽였다>는 2022년, 2024년 공연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창작 오페라다.

기획사 측은 “이번 공연은 시나리오 작가 김주원의 각색과 오페라, 음악극, 합창 등 장르를 불문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곡가 김명순, 연출가 이강호, 음악코치 박혁숙 등이 힘을 모아 완성도 높게 제작됐다”고 밝혔다.

초고령 사회의 치매 환자와 이를 간병하는 사람들의 무거운 현실적 고통을 ‘코스모스’라는 아름다운 메타포와 예술적 서사로 풀어낸 소설 <코스모스>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병하는 주인공이 치매로 인해 매 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아내를 보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짚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명순 대표는 "이번 공연은 화려한 무대장치보다 음악과 이야기, 출연진의 밀도 높은 연기에 집중하며 오페라의 본질적인 매력을 가까이에서 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페라 <코스모스를 죽였다>에는 메조소프라노 구은서, 소프라노 박희경, 테너 권순찬, 전용현, 바리톤 유승문, 배우 문성필 등이 출연한다.

㈜나무예술기획이 주최·주관한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연예술창작주체 ARKO Partners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티켓은 전석 3만 원으로, 공연 예매 플랫폼 NOL ticket에서 예매할 수 있다.


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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