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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2026년의 대학생에게 미래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익힌 지식이 졸업할 무렵에도 쓸모가 있을지, 첫 일자리를 어디서 구할지, 고향에 남아도 원하는 삶을 꾸릴 수 있을지 답을 찾기 어렵다. 인공지능은 그 불안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고 있다. 보고서의 초안을 쓰고 자료를 분석하는 일이 빠르게 달라진다. 학생은 이제 무엇을 배워야 하느냐고 묻는다. 대학이 프로그램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서 답을 마칠 수는 없다. 그럴듯한 답의 허점을 찾아내고, 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을 살피며, 자신의 판단이 낳을 결과를 헤아리는 공부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는 마음, 잘못을 인정하는 정직함, 맡은 일을 끝까지 감당하는 책임감을 길러야 한다. 도구의 힘이 커질수록 그것을 쓰는 사람의 품성은 많은 이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인성은 교훈 몇 마디로 자라지 않는다. 조별과제에서 뒤처진 동료를 기다려 주고, 예상과 다른 실험 결과도 사실대로 기록하며, 함께 이룬 성과에서 남의 몫을 인정하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 교수도 학생의 서툰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실수 뒤의 사정을 살펴야 한다. 학생은 강의 내용과 함께 교수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배운다.
학생에게도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음에 드는 답을 곧바로 얻는 데 익숙해질수록 타인의 더딘 설명을 듣고 의견 차이를 견디는 일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일터와 사회에서는 뜻이 맞는 사람만 골라 만날 수 없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내 생각을 고쳐 보는 공부, 낯선 처지의 사람과 함께 과제를 해내는 경험이 소중한 이유다. 대학은 그런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 주어야 한다. 수업은 그 배움을 현장으로 이어 주어야 한다. 지역의 작은 공장에서 작업자의 이야기를 듣고, 노인의 이동 불편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게 하자. 굽은 허리와 느린 걸음을 마주하면 기술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그 경험이 졸업과 함께 끊어져서도 안 된다. 지역에서 공부한 청년이 떠나는 사정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주거비를 감당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지가 함께 걸려 있다. 지방정부와 기업이 대학의 기념식장에 모였을 때 나눌 이야기도 여기에 있다. 지역의 청년에게 어떤 일과 배움의 자리를 함께 마련할 것인가. 대전에는 연구기관과 기업, 대학이 가까이 있다. 거리가 가깝다고 청년이 그 안으로 들어갈 길까지 저절로 열리지는 않는다. 배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기회, 작은 기업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교육,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설 발판이 필요하다. 지역의 어른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청년에게 일을 배우고 맡아 볼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청년이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들을 동료로 존중하는 일에서 드러난다.
대학의 문은 새 공부가 필요한 직장인과 현장 경험을 나누고 싶은 은퇴자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 청년은 현장의 오랜 경험에서 배우고, 중장년은 청년의 새로운 시각을 만날 수 있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에 세대를 향한 막연한 편견도 조금씩 누그러질 것이다. 백 년의 대학이 품어야 할 배움의 풍경은 그만큼 넓다. 백 주년을 준비하며 역사를 정리하고 기금을 모으는 일은 매우 소중하다. 그 정성이 학생의 하루에 닿았으면 한다. 장학금 덕분에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책을 펼친 학생, 현장실습에서 진로를 찾은 학생의 이야기가 새로운 백 년의 첫 기록이 되었으면 한다. 기념행사가 끝난 뒤에도 그 약속이 이어지는지 살피는 일까지 백 주년의 준비에 담겨야 할 것이다. 백 년을 일군 선배들에게 건넬 좋은 답례는 다음 세대가 설 자리를 넓히는 일이다. 훗날 오늘의 학생이 모교를 돌아보며 "그곳에서 내 삶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의 백 년을 축하하는 마음은 결국 그 한 사람의 내일을 향해야 한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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