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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인 국립한밭대 교수 |
몇 년전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온가족이 웨이모를 탔을 때, 처음엔 불안했지만 5분도 안 가 그 '불안감이 답답함'으로 바뀐 기억이 난다. 규정 속도를 엄격히 맞추다 보니 생긴 일이다. 이번 라스베가스 CES 에 전시된 운전대가 없는 '죽스'를 보고 그 자리에서 앱을 설치, 거리에 나와 지정된 윈(Wynn) 호텔에서 호출했다. 45분 이상을 기다린 뒤 탑승해 지정 장소까지 가는데, 마치 거실에 앉아 있는 듯했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에 완전히 녹아들기까지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죽스’를 처음 이용할 때 겪은 에피소드다.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았던 이유는?” 호출한 죽스가 도착하기도 전에 미리 마중을 나갔지만, 정작 차량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알고 보니 우리가 차량에 너무 가까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전을 위해 설계된 알고리즘은 승객을 ‘장애물’로 인식했고, 자동으로 서비스센터로 연결되었다. “차량에서 떨어져서 앱 알림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상담원의 안내를 받고서야 비로소 탑승할 수 있었다. 또 이동 중 버튼을 잘못 누르자 서비스센터에서 안내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사용자가 그 운용 방식을 익히고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에서 초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로보택시를 24시간 자유롭게 타는 날을 상상하며 이런 질문이 생긴다. 로보택시와 일반 자율차량 중 무엇을 먼저 도입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로보택시를 먼저 도입·확산하고, 이후 일반 자가용 자율차로 확장하는 것이 기술·비용·정책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 난이도와 운영 범위 문제다. 로보택시는 특정 도시나 구역 안에서만 운행하면 되므로, '어디든 가야 하는' 자가용 자율차보다 인지·지도·예외상황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이는 미국 피닉스와 중국 우한 등 도시내 특정 구역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한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둘째, 비용구조와 경제성 측면이다. 개인이 고가 센서와 컴퓨팅을 장착한 4단계 자율차량 한 대를 구매하는 것보다, 높은 가동률을 전제로 하는 로보택시에서 km당 비용을 나눠 부담할 때 경제성이 더 크다. 셋째, 규제와 감독의 용이성이다. 도시 입장에서는 수십만 대의 개인 자율차를 관리하는 것보다, 소수 사업자의 로보택시를 단계적으로 허가·감독하는 편이 책임 소재, 데이터 모니터링, 안전 기준적용 면에서 훨씬 수월하다. 넷째, 사회적 수용성과 교통정책 연계다. 로보택시가 사고감소, 교통비용 절감, 이동 소외계층 접근성 개선 등의 정책 목표와 직접 연결될 수 있어 공공부문 지지를 얻기 쉽다. 따라서 완전히 ‘어디서나 스스로 가는’ 개인 자율차는 기술·책임·보험 문제로 인해 로보택시 대규모 상용화보다 늦게 올 가능성이 크다.
대전은 연구개발특구와 세종 BRT 축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R&D와 실증역량이 높은 도시다. 하지만 '도시 서비스'로 확산하려면 기술만이 아니라 시장·제도·이해관계자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다. 따라서 고령자·무면허자·야간 노동자 등 이동약자들에게 로보택시를 특정 생활권부터 우선 실시하여 '비파괴혁신'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와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설득하고, 기술혁신과 수용의 조화를 이룰까? 이것이 ‘정치와 행정의 참 가치’가 아닐까... 이제는 대전이 '과학도시'를 넘어 '과학기술사업화 도시'로 전환할 때이다. 대전에서 '모빌리티 복지'가 가장 먼저 실현되고 일류경제 도시로서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최종인 (국립한밭대 교수,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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