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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쓰레기, 우리 집 앞에 안 됩니다" 청주시의 뚝심, 민간의 '통 큰' 화답

남의 동네 쓰레기 대신 '시민의 숨구멍' 택한 청주 소각업체... 지자체-기업 상생의 새 모델 제시

엄재천 기자

엄재천 기자

  • 승인 2026-04-27 08:24

청주의 한 민간 소각업체가 강남구와 체결한 대규모 폐기물 처리 계약을 전격 해지하며 수도권 쓰레기의 지역 유입을 자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이는 청주시와 민간 업체 간 업무협약의 첫 가시적 성과로, 기업이 수익보다 지역 환경 보전과 시민의 건강권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청주시는 이번 사례를 발판 삼아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강화하고 민관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한 환경 보호 모델을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청주시 임시청사2
청주시 임시청사.(사진=청주시 제공)
"계약 파기하겠습니다" 위약금보다 값진 지역 상생의 길이 열렸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미 체결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수천t 단위의 폐기물 처리 용역은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하지만 27일, 청주 소재의 한 민간 소각업체(A사)는 서울 강남구청과 맺었던 '2026년도 생활폐기물 처리 용역'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단순히 '계획 취소'가 아니다. 내년 공공소각장 점검 기간 동안 강남구에서 넘어올 예정이었던 약 2300t의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이 파격적인 결정 뒤에는 청주시의 끈질긴 설득과 환경을 향한 민간 기업의 '결단'이 있었다.



'쓰레기 원정'의 마침표, 청주시가 먼저 깃발 들었다.

수도권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갈 곳 잃은 서울·경기 지역의 쓰레기들이 충북 청주로 몰려드는 현상은 고질적인 골칫거리였다. '폐기물은 발생한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이 무색하게, 민간 위탁이라는 빈틈을 타고 지역 간 이동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지난 2월, 관내 4개 민간 소각업체와 '수도권 생활폐기물 반입 자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핵심은 신규 계약 체결 전면 중단이다. 기존 계약 물량의 단계적 축소, 지역 환경 보전 및 시민 건강권 보호 등이 포함됐다.

이번 A사의 계약 해지는 이 협약이 단순한 '보여주기식 종이 한 장'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첫 번째 가시적 성과로 기록됐다.

현행법상 민간 업체로 유입되는 폐기물은 강제적으로 막을 규정이 마땅치 않다. 결국 '강제'가 아닌 '공감'이 해답이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역 환경과 시민의 쾌적한 생활을 지키기 위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손해를 감수한 결과"라며 감사를 표했다.

청주시는 이번 사례를 발판 삼아 나머지 업체들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수도권 쓰레기의 유입 통로를 좁혀 나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은 무너질 수 없는 기준입니다. 청주시는 시민의 숨 쉴 권리를 위해 민관 협력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계속해서 구축해 나가겠습니다."고 말했다.

수익을 쫓는 기업이 '지역 상생'을 위해 대형 계약을 포기하는 일은 흔치 않다. 청주시의 적극적인 행정과 기업의 책임감이 맞물린 이번 사례는, 폐기물 처리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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