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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한용 교수 |
물론 후보자마다 사퇴 배경과 쟁점은 달라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국가의 중요한 자리에 누구를 세울 것인가.
국가의 흥망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헌법과 제도, 전략과 무기를 갖추어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잘못되면 국가의 역량은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반대로 뛰어난 인재가 국가의 핵심을 이루면 불리한 여건도 돌파하고 역사를 바꿀 수 있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군주의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어떤 사람을 측근에 두는지를 들었다. 좋은 지도자는 사람을 고르는 데서부터 국가경영을 시작한다.
샤를 드골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에게 인사는 단순한 인사관리가 아니라 국가전략이었다. 지도자의 능력은 혼자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내느냐보다 어떤 사람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권한을 맡기며, 책임을 요구하느냐에서 드러난다고 보았다.
드골의 인사원칙은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국가의 방향과 신념을 공유하되 자기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드골은 자신의 말에 무조건 따르는 추종자를 원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작가 앙드레 말로였다. 말로는 독특한 개성과 사상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프랑스의 위상과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큰 방향을 공유했다. 드골은 그런 인재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일할 공간을 주었다.
둘째, 다루기 쉬운 사람보다 소신 있는 사람이다. 국가적 위기에서는 명령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상황을 판단하고 다른 의견을 말하며 필요하면 책임지고 행동할 사람이 필요하다. 드골에게 충성은 개인에 대한 복종이 아니었다. 국가의 목표와 원칙에 대한 충성이었다. 좋은 참모는 지도자를 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지도자가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셋째, 복잡한 현실에서 본질을 찾아내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드골이 외무장관 쿠브 드 뮈르빌을 높이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는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고 복잡한 사안에서 핵심을 가려낸 뒤 결정할 때는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제시했다. 드골은 그를 두고 프랑스가 일등국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공유하고 자신과 함께 그 목표를 이루기로 결심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정보가 넘치는 오늘날 더욱 필요한 능력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정보 속에서 본질을 찾아 판단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넷째, 경청과 인내, 균형감각과 자기절제를 갖춘 사람이다.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큰 권한을 맡았을 때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가, 자신의 공보다 국가의 이익을 앞세울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권한이 클수록 능력보다 인격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드골의 인사철학을 오늘의 현실에 적용하면 인사는 '누구를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국가의 일을 맡길 수 있느냐'의 문제다. 검증은 사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발탁하기 전에 해야 한다. 전문성만 볼 것이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책임감과 도덕성, 이해충돌 가능성,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지도자는 자신에게 편한 사람과 국가에 필요한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편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에서는 그런 조직이 오히려 취약하다. 반대로 자신의 소신을 가지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고, 맡은 권한을 절제 있게 행사하는 사람이 국가를 강하게 만든다.
드골은 혼자 위대한 프랑스를 만든 것이 아니다. 앙드레 말로, 쿠브 드 뮈르빌, 미셸 드브레, 피에르 메스메르 등 각자의 분야에서 역량을 가진 인재를 발탁하고 맡기고 책임지게 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많이 거느린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능력과 개성을 알아보고 국가를 위해 쓰게 한 것이다.
결국 좋은 인사는 사람을 뽑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묻는 것까지가 인사다. 그래서 인사는 행정이 아니라 국가전략이다.
오늘 대한민국에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나에게 충성할 사람을 찾고 있는가, 아니면 국가에 충성할 사람을 찾고 있는가.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답을 가진 능력이 아니라 올바른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길 수 있는 용기다.
드골의 인사철학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단순하다.
국가를 설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세우는 일이다.
좋은 제도도 좋은 사람을 만나야 살아 움직인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만이 아니라, 그 전략을 실행할 사람을 누구로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한용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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