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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길 반곡고등학교 특수교사 |
고등학교는 학생에게 사회로 나가기 전 마지막 문과 같은 공간이다.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고, 직업을 가지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때로는 익숙한 진로와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학생마다 출발점과 속도, 바라는 삶의 모습은 다르다. 그렇기에 고등학교 3년은 학령기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졸업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 결코 짧거나 가벼운 시간이 아니다. 이 사실을 깨달을수록 특수교사로서의 책임감도 커졌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진로·직업교육을 시도했다. 직업교육을 단순히 '취업할 곳'을 찾는 과정으로 가르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떤 일을 할지 알아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학생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편안하게 역량을 발휘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것 또한 진로교육의 중요한 일부다. 정답을 교사가 정해 주기보다 여러 경험과 만남을 통해 학생 스스로 선택의 근거를 찾도록 돕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했다. 학생들의 진로와 직업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고, 특수직업교육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22 개정 특수교육 교육과정 '진로와 직업'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장애인 일자리 지원단 활동을 하면서, 교실에서의 배움이 학교 밖 삶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학생에게 필요한 기회는 교실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교와 지역사회, 교육과 고용이 연결될 때 학생의 선택지는 넓어지고, 배움은 실제 생활의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나만의 교직 모토도 생겼다. "장애를 가진 개인의 인생이 조금 더 윤택할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하는 특수교사가 되자." 기름칠은 기계를 대신 움직여 주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마찰을 줄이고, 자신의 힘을 더 잘 발휘하도록 돕는 일이다. 특수교육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의 삶을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자기 삶을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경험과 기회를 마련하는 것. 학생의 작은 시도와 선택을 존중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해 볼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역할이다.
내년이면 익숙했던 고등학교 특수학급을 떠나 특수학교로 향한다. 12년 동안 쌓아 온 경험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배움이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학생과 동료교사, 학교문화 앞에서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설렘과 긴장이 함께 찾아온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으로도 학생의 '졸업 이후'를 생각하는 특수교사이고 싶다. 학교 안에서의 성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교 밖 삶까지 바라보며,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경험해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돕고 싶다.
학교는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학생의 삶은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 그렇기에 특수교사의 교육은 졸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사회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학생들의 삶에 작은 기름칠을 해 주는 교사. 그것이 앞으로도 내가 걸어가고 싶은 특수교육자의 길이다. /서정길 반곡고등학교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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