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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한국언론학회와 공영방송 이사 추천, 첫 번째 이야기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성현 기자

김성현 기자

  • 승인 2026-10-0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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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일이 있었다. 올해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 관여한 어떤 단체의 중요 임무 종사자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소속 한 국회의원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가 부당하다며 공동 대응을 하자는 취지의 메일을 몇 단체 몇 사람들에게 보냈다. 연이은 메일에는 관련 단체 간 논의를 하자면서도 다른 단체가 자료를 제출하려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일방의 뜻이 또렷이 앞세워져 있어서, 역시 그 논의의 장에 일방적으로 초대된 필자 같은 메일 수신자는 어리둥절, 몹시 당혹스러웠다. 과방위는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을 소관 법률로, 그리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 등을 그 소관 기관으로 둔 상임위원회다. 이들 공영방송사는 과방위의 국정감사 대상이기도 하다.

기존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은 여야 정치권이 7대4(KBS), 혹은 6대3(MBC, EBS)으로 분점한 방식을 취했다.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관행이었다. 그렇게 구성된 공영방송 이사회에서는 되어야 마땅한 일들이 대개 되지 아니하거나, 아니 되어야 마땅한 일들이 무람없이 되어버리는 일들이 빚어지곤 하였다. 2025년 방송법 등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국회 교섭단체, 각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각 방송사 관련 기관이나 단체가 이사 추천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사 추천 주체에게는 추천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방안과 그 내용의 공개 의무가 부과되었다. 방송법 제46조, 방문진법 제6조, EBS법 제13조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는 이사 추천 기준과 절차, 공모 및 의견 수렴 과정, 이사 추천 이유를 "공개하여야 한다". 이사를 추천하는 학회가 공개해야 할 의무의 내용은 간단, 명료하여 달리 해석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사를 추천하려는 학회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떠한 기록을 유지하며, 그 내용을 어떻게 공개해야 할지도 분명해 보인다.

1959년 설립된 한국언론학회는 언론·소통학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단체로 평가받는다. 회원 규모나 30여 개 연구회, 특히 공영방송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수행해 온 왕성한 연구 활동에 비추어 보건대, 개정 방송법 등에 띠라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책무가 언론학회에 주어질 것으로 기대되었고, 학회로서는 차근차근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일로 여겨졌을 터이다. 상당한 준비 기간을 거쳐 2025년 10월 한국언론학회 사회책무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책무위원회를 구상하고 출범시킨 학회 집행부는, 이 위원회가 비단 공영방송 이사 추천 사안을 다루는 것을 넘어 학회가 응당 수행해야 할 사회적 소통을 그동안 몰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성찰하고, 향후 필요적절한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 고찰하는 소임까지 수행할 것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7인으로 구성된 사회책무위원회는 6개월에 걸쳐 위원회 운영 규정과 운영 세칙의 초안을 다듬었다. 평일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개최된 월례 정규, 비정규 수시 회의는 2시간을 넘기기 일쑤였으나, 위원들은 규정과 세칙이 더욱 공정하고 실질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격의 없이 토론했다. 전문가를 초빙한 학술 토론회를 개최하여 언론학회가 수행해야 할 사회 책무 이행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좌표로 삼았다. 법률에 따른 공영방송 이사 등 추천 사안과 언론·사회적 의제에 대한 의견 표명 등 사안을 담은 '운영 규정'이 2026년 5월 학회 이사회에서 채택되었다. 추천권 행사의 방법과 기준·절차·내용 등이 운영 규정에 담겼다. 학회의 추천을 받은 공영방송 이사가 그 활동 중에 학회의 정관이나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 명백한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학회는 그 추천을 철회하는 결정을 하고 홈페이지 등에 이를 공개한다는 내용도 규정에 담았다. 위원회의 각 회의 내용은 이사회에 보고하고, 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후 3개월 이내에 위원회 활동 보고서를 작성해, 학회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위원회 운영 세칙에는 추천권 행사를 위해 적용되는 심사 항목과 그 내용,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의 심사 방법과 심사 기준, 심사 위원이 심사에서 제척·기피·회피되는 구체적인 기준, 각 심사 위원의 평가 점수를 산정하여 추천 적격자와 그 순위를 결정하는 방법 등을 규정했다. 자질과 역량이 우수한 분들이 공영방송 이사에 추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학회에 보내 준 예시 안의 내용보다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자는 위원들의 뜻이 하나로 모여 지원자들에게 '이해충돌 관련 확인서'를 추가 제출하게 하였다. 2026년 6월 5일 언론학회 홈페이지에 운영 규정, 운영 세칙과 함께 각 공영방송사 이사 추천 공고문이 게시되었다. 학회원들에게 같은 날 같은 내용의 안내 메일이 발송되었다. 언론학회는 엿새 후에 이를 홈페이지에 다시 공시하고, 회원들에게도 메일로 이를 다시 알렸다. 방송 관련 3법에 규정된 '공개'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려는 뜻도 있었지만, 법적 의무 이행을 넘어 일체 자료와 절차를 공개하는 것이 방송의 주권자인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방식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2026년 6월 16일 저녁 언론학회의 추천 대상 지원자들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었다. 언론학회는 심사를 맡은 책무위 위원들에게 저녁 식사와 교통 실비 정도를 제공해도 되는지를 방미통위에 사전에 문의하고, 무방하다는 답변을 들은 후 심사위원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했다. 식사를 마친 심사 위원들은 6시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10시 30분경 심사가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기차를 타기 위해 두 명의 심사 위원은 서울역으로 달렸고, 막차가 끊긴 위원은 근처에 숙소를 잡은 뒤, 수업을 위해 다음 날 새벽에 기차를 탔다. 정성은 언론학회장과 사무국장은 심사 위원들의 도시락을 나르고, 서류를 복사하고, 심사가 끝난 뒤 관련 자료를 금고에 보관하는 일을 묵묵히 처리해 주었다. 사회책무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공영방송 이사 추천 사안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학회장과 사무국, 집행부의 이와 같은 절제와 헌신에 힘입어서라고 생각한다. 사회책무위원회는 심사 과정과 결과를 회의록에 담아 이사회에 보고하였고, 학회는 이사회 회의 결과를 학회 홈페이지와 학회원에게 공개하였다. 다른 단체나 학회의 추천을 받으신 분들도 그러하시리라고 여기거니와, 한국언론학회의 추천을 받아 현재 각 공영방송의 이사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이렇듯 공개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 공영방송 이사로서 전문성과 공정성, 도덕성을 아낌없이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 부언하자면, 한국 언론학회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으로 믿는다. 민영, 박소영, 박찬경, 상윤모, 정은령, 최지향 교수 등 추상같고 보석 같은 연구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어서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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