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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
인터넷과 SNS를 보면 책읽기에 대한 수많은 방법들이 넘쳐난다. 하루에 몇 분 · 몇 시간 이상을 읽어야 하는지, 한 달에 몇 권을 읽어야 하는지, 읽은 내용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조언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물론 꾸준한 독서는 사고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관점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 만의 사고(思考) 지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결국 경쟁이라는 함정이 존재하고 있다. 책읽기마저 또 하나의 경쟁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1년에 몇 백 권 읽기", "책 한 권을 빠르고 완벽하게 읽는 법", "읽은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법"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은 독서 의욕을 높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쉽게 얻으려는 기대를 부추기며 독서의 본질을 흐릴 때도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와 자극을 추구하는 존재다. 그래서 어떤 좋은 습관도 억지로 강요하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책읽기 방식과 받아들이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읽은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는지만으로 책읽기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에서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모든 내용을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책장을 넘기다가 마음에 걸리는 문장, 생각해 볼 만한 표현,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내용을 만나면 그것을 남겨둔다. 중요한 부분은 사진으로 기록한 뒤 AI의 텍스트 변환 기능을 활용해 정리하고, 필요할 때 다시 살펴본다. 과거에 좋은 문장을 만나면 노트에 옮겨 적거나 책 귀퉁이에 조심스럽게 표시했다. 지금은 기술의 도움으로 훨씬 편리하게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록이 아니라, 책을 덮은 이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변화하는가'에 있다. 학창시절에 난독(難讀)과 벽돌책의 의미가 무엇인지 각인시켜준 《죄와 벌》이 수십 년 만에 다시 읽을 때 전혀 다른 감동과 의미로 다가오는 것처럼, 책은 읽는 순간보다 그 이후의 삶 속에서 더 큰 파동을 일으킨다. 책을 읽고 난 뒤 스스로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책읽기에서 가장 고되지만 가장 가치 있는 과정이다.
AI 시대, 책읽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정보를 찾고 요약하는 일은 이제 신기술이 상당 부분도움을 주고 있다. 요즘은 긴 영상도 AI를 활용하면 핵심 내용을 시간대 별로 분석해 빨리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연결하는 힘이다. 결국 책읽기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가가 아니라 책과 나의 경험이 만나 새로운 질문과 경향을 만들어내는가에 있다. 음악을 들으며 모든 음과 화성을 분석해야만 감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 읽은 책이 내 안에서 어떤 생각으로 이어지는가에 따라독서의 가치를 결정한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라 했다. 책읽기는 정복이 아니라 대화이다. 그리고 그 대화는 책을 덮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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