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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숙 대전웰다잉연구소 소장. |
복지관 배움터에 나오는 어르신들과 만나는 일은 내게도 큰 행복이다. 연세를 알고 나면 놀랄 만큼 젊어 보이시는 분들이 많다. 오늘을 잘 사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삶임을 이미 몸으로 체득하신 어르신들이라 그런지 참여의식도 높고, 놀랄 만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계셔서 항상 배울 점이 많다. 특히 웰다잉 교육에서 진행하는 "사진으로 만드는 자서전 프로그램"은 언제나 서로를 향한 공감과 응원으로 뜨거운 현장이다.
"발표해 주실 분 나와주세요." 멈칫멈칫 마이크 앞으로 나오는 어르신의 표정이 영 수줍어 보이신다. 각자 자리에서 교육을 들으실 때와는 다르게 살짝 긴장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 학생들 같다. 자기소개 먼저 해 주세요, 운을 떼어드리면 잠깐 숨을 고르면서 조심스레 마이크를 바짝 붙이신다. "저는 어디 사는 아무개입니다"에서 시작된 짧은 인사가 사진에 담긴 살아온 내력으로 넘어가면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구구절절 한 편의 소설이 나올 것 같은 사연에 모두 탄성이 나온다. 담아둔 사연마다 곡진하다.
구절양장 같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가슴으로 견디어냈을 저마다의 사연이, 그 시절을 추억하는 사진 한 장에 소중하게 담긴다. 까맣게 잊어버렸던 옛 생각에 눈물짓기도 하고, 어렵게 일구어온 삶에 긍지를 느끼며 새삼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향해 토닥여주는 시간이 된다. '인생그래프' 양식에 그려보는 삶의 희로애락과 '삶의 연대기' 도표에 채워보는 나와 가족 그리고 사회적 사건의 회고는 옛 기억을 복기하는 산 증언이다.
"이런 거 평생 처음 해봐요" 하면서 열심히 만드신 꽃 만들기 작품을 들어 보이며 함빡 웃으시는 어르신의 행복한 표정에 교육장 안이 환해진다. 해묵은 사진첩에서 찾아온 빛바랜 사진을 소개하며 저마다 마음속에 간직해둔 인생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서로를 격려하고 공감하는 치유의 시간으로 거듭난다. 사람은 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치유하는 존재이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독 나무'라는 시에서 내가 화난 것을 친구에게 말하니 그 분노가 사라졌고, 적에게 참고 말하지 않았더니 분노가 자라났다는 표현으로 언어의 치유적 기능을 전했다.
웰다잉 교육 현장에서 가끔 하는 질문이 있다. 앞으로 살면서 몇 번의 봄을 만날 수 있을지 숫자로 헤아려 보자는 것이다. "100세 시대이니 앞으로 서른 번쯤 봄을 맞이하겠네요, 어르신들 모두 장수하실 테니 한 오십 번쯤 봄을?" 하면 모두가 까르르 웃으신다. 우리 삶에서 봄을 만날 회수를 숫자로 환산하면 그 적은 분량의 시간 개념에 오히려 놀라곤 한다. 그 얼마나 짧은 인생인가. 누구라도 올해의 봄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봄날은 아닐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있는가. 우리의 인생에 허락된 확신은 "오늘"이라는 기적 같은 하루뿐이다. 오늘을 잘살자는 말이 지닌 엄숙함을 되새겨보는 시간이다.
복지관 어르신들과 죽음준비교육이라는 키워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웰다잉 교육 시간은 특별하다. 서로 살아온 날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꿈도 나누고, 해보고 싶은 일도 표현한다. 특히 사진 자서전 만들기 시간은 자신의 지난날과 오늘의 삶을 통합하는 기능이 있다. 빛 바란 사진 한 장에 담긴 추억을 꺼내놓으며 치유의 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지나온 날의 아픔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삶의 가르침인 것을 성찰하며, 수고한 시간을 서로 격려해 주는 따뜻한 나눔이 있다. 담담하게 삶의 의미를 견인하는 시간이다. /홍인숙 대전웰다잉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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