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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른다섯 해 셋방살이, 이제 지방의회에 문패를 달아 주십시오"

장갑순 서산시의회 의장

임붕순 기자

임붕순 기자

  • 승인 2026-10-21 23:08

지방의회 부활 35년이 지났음에도 독립적인 조직과 예산 편성 근거가 미비해 집행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와 감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방의회법'의 연내 제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의회의 특권이 아닌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적 통제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적 기반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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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순 서산시의회 의장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5년이 흘렀다. 1991년 지방의회가 다시 문을 연 이후 지방의회는 주민의 뜻을 대변하고, 조례를 제정하며, 지방정부의 예산을 심사하고 행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서른다섯 해가 지난 지금도 지방의회는 독립적인 조직과 운영의 근거가 되는 별도의 법률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서산시의회 제10대 의원으로 세 번째 시민의 선택을 받은 본인은 지방의회가 처한 현실을 '서른다섯 해 셋방살이'에 비유하며,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지방의회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한다.

처음 의원 배지를 달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 작은 배지에 담긴 무게는 시민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고 시민의 세금이 올바르게 쓰이는지 살펴야 하는 책임이었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논두렁과 공장 앞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수해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에서 시민들의 하소연을 마주해 왔다.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해 의회로 돌아와 밤늦도록 예산서와 각종 자료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을 위해 더 깊이 살피고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현실도 있었다. 집행기관에는 분야별 전문 공무원들이 있지만,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의원들은 제한된 지원 속에서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의회의 독립적인 조직과 전문적인 의정활동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물론 지방의회가 걸어온 길에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면서 지방의회는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확보했고,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도입됐다.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했다. 자료를 함께 찾고 정책을 고민하는 지원 인력이 생기면서 행정에 대한 질문은 더욱 구체화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도 한층 충실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의회 사무기구의 조직과 정원, 예산 편성, 사무기구에 대한 감사 등 의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뒷받침할 제도는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다.

견제와 감시를 받아야 하는 집행기관에 의회 운영의 핵심적인 부분을 의존하는 구조는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회에 「국회법」이 있듯 지방의회에도 조직과 운영, 권한과 책임을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독립적인 법률이 필요하다.

8월 국회에 발의된 「지방의회법안」에는 의회 예산의 독립성과 자체 감사,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역할 구체화 등을 비롯해 의원의 이해충돌 방지, 인사청문, 주민 참여와 의회 감사 지원 등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지방의회법」 제정이 의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이나 특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의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그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고, 시민의 감시와 평가에 더욱 충실하게 응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시민들의 엄격한 감시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과 함께, 시민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도록 의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제22대 국회에 관련 법안 6건이 계류 중이고, 정부 역시 국정과제로 지방의회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제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논의를 마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법률이 마련된 이후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기까지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연내 제정을 통해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방의회가 바로 서야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 주민의 어려움을 정책으로 만들고, 예산이 필요한 곳에 쓰이는지 살피며, 행정이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본질적인 역할이다.

"서른다섯 해 셋방살이를 해 온 지방의회에 이제 제 이름의 문패를 달아 한다", 그 문패는 의원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목소리를 내고,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을 상징한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참여와 책임 위에서 완성된다. 지방의회법 제정은 지방의회만을 위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를 더 충실하게 대변하고 지방행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과제다.

지방의회 부활 35년을 맞은 지금, 지방의회가 독립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시민을 위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의회에 문패를 다는 일은 결국 시민의 목소리에 더 크게 귀를 기울이고, 시민의 뜻을 지역의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장갑순 서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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