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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임 한결유치원 원감 |
"저 바위들도 고인돌일까?"
아이들과 매일 오가던 숲길이 그날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늘 그 자리에 있던 바위가 새로운 질문이 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답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세종시 괴화산 입구에 자리한 숲유치원은 교실에서의 배움만큼 숲에서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학급마다 숲교실이 있고, 아이들은 날마다 숲을 걸으며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을 만난다. 숲교실인 물길숲은 괴화산에서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다. 장마철에는 물길이 힘차게 흐르고, 겨울이면 물이 얼어 얼음이 생긴다. 같은 숲길을 여러 번 걸어도 물소리와 흙의 색, 나뭇잎의 모양은 날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아이들은 숲에서 먼저 알아차리고, 궁금해하고, 자기만의 말로 표현한다. "어제보다 물이 많아졌어요", "여기는 얼음이 아직 남아 있어요"라는 발견은 자연의 변화를 자세히 보는 데서 시작된다. 교사는 정답을 먼저 알려주기보다 아이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왜 그렇게 달라졌는지 함께 이야기 나눈다. 숲은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관찰의 공간이고, 배움은 그곳에서 시작된 질문을 따라간다.
고인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바위들은 덤불 너머에 있었다. 아이들과 주변을 살피며 바위의 모양과 크기를 비교하고, 눈에 띄는 바위들을 함께 세어 보았다. 서른 개쯤 되는 바위를 살펴보았지만, 그것이 진짜 고인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날의 관찰이 답을 찾지 못한 실패였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넓적한 바위를 발견하고, 서로 다른 돌의 모습을 견주고, "누가 이 돌을 여기까지 옮겼을까?" 하고 상상했다. 하나의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데려왔다.
숲에서의 배움은 자연을 마음대로 가져오거나 바꾸는 일이 아니다. 바위와 풀, 물길과 작은 생명들이 그 자리에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일도 생태교육의 중요한 과정이다. 아이들과 숲을 걸을 때 우리는 자연물을 함부로 옮기거나 훼손하지 않고, 관찰한 뒤 제자리에 두는 태도를 함께 배울 수 있다. 숲을 알아가는 일이 숲을 아끼는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세종인문지리탐사대와 함께 지역의 고인돌과 돌 문화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삼성천 고인돌 광장에서는 고인돌 모형과 성혈 자국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장재리에서는 실제 고인돌도 만났다. 박산리 마을의 할아버지·할머니 돌탑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탑제 이야기도 들었다. 물길숲의 바위가 실제 고인돌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탐방을 통해 아이들이 매일 만나는 숲과 세종시의 역사·문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만남은 숲 활동의 범위를 넓혀 준다. 바위의 생김새를 관찰하는 데서 출발해, 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람들은 왜 큰 돌을 모으고 돌탑을 쌓았는지,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어떤 방식으로 기원해 왔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연환경을 살피는 눈이 지역의 삶과 문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만 고인돌의 의미나 형성 과정은 아이들의 상상만으로 단정하지 않고, 탐사대와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사실과 추측을 구분하는 태도도 함께 길러야 한다.
숲유치원의 생태교육은 거창한 설명보다 매일 숲으로 나서는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물길의 변화를 살피고, 바위 하나를 오래 바라보고, 친구의 발견에 귀 기울이는 일. 그리고 숲에서 얻은 궁금증을 지역의 역사와 문화로 이어 가는 일. 아이들은 숲을 통해 자연을 배우고,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배운다.
물길숲의 바위들이 정말 고인돌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 바위 앞에서 아이들과 나눈 질문과 관찰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숲은 답을 서둘러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더 천천히 보고, 귀 기울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라고 말한다. 돌 한 조각에서 시작된 배움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연과 지역을 아끼는 마음으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 /최정임 한결유치원 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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