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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다문화신문] '방귀' 때문에 생긴 오해

오희룡 기자

오희룡 기자

  • 승인 2019-07-23 10:19

신문게재 2019-07-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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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이미지=게티이미지 뱅크
뿌~웅~ 소리가 끝나자마자 너무 당황하고 창피한 건 나였다.

그런데 방귀를 뀐 남편은 상상외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사과도 하지 않고 당당한 표정이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된 나는 한국말도 안 통하고 기분이 안좋았지만 그냥 참고 넘겼다. 중국에서는 다른 사람 옆에서 방귀를 뀌는 것은 너무나 큰 실례다



실내에서는 가족 옆에서도 마음대로 뀌면 안되는 중요한 예의다. 방귀를 뀌고 싶을 때는 화장실에 가거나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뀌는 것이다. 특히 어른 옆에서 이런 실수를 하면 교양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만약에 못 참을 정도여서 실수를 했으면 꼭 진심으로 사과 드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 시어머니도 같이 생활하면서 내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방귀를 뀌셨다 당황 했지만 참았다 어른이시니···

그런데 시누이도 우리집에 자주 놀러 왔는데 시누이도 아무렇지 않게 방귀를 뀌었고 남편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갔을 때도 친구 중 한 명이 방귀를 뀌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당황하고 창피했다

이런 일이 종종 생겨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도였다

어느 날 남편과 '방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신 그리고 어머님 고모 또 심지어 당신 친구들까지 왜 내 옆에서 방귀를뀌어요? 설마 날 외국인이라고 무시 하는 거예요?"

그러나 남편은 "무슨 말이예요? 당신을 왜 무시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나한 데 물어 봤다

"중국에서는 다른 사람 옆에서 방귀를 뀌면 안된다 정말 큰 실례다" 고 남편한 데 알려 줬다

"내가 당신 옆에서 단 한번 이라도 방귀꿨냐"고 말하고 "기분이 상한다"고도 말했다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아주 어려운 자리가 아니라면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 옆에서 방귀는 큰 실례가 아니다"라고 설명해줬지만 크게상한 맘이 다풀린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아들이 보는 '방귀대장 뿡뿡이' 방송을 보다가 남편이 '중국에는 방귀대장 뿡뿡이 같은 프로그램이 없냐'고 물었다.

중국에서 시집 온 당신은 어릴때부터 방귀는 아무데서나 뀌면 절대 안된다고 배웠겠지만 한국에서는 뿡뿡이가 여기뿡 저기뿡 하면서 노래하는것처럼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재미의 대상이라고.

그리고 놀이로 만들 만큼 방귀같은 생리현상을 친구나 가족앞에서까지억지로 참아라고 배우지 않았고 가르치지않는다고 알려줬다

방귀대장뿡뿡이을 보고서야 남편의 말이 진실이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소한 문화차이를 아마 많은 다문화 가정이 겪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서로 다른 문화 차이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생각한다. 혹시 저 처럼 이런 사소한 고민 있으면 옆에 한국에 온 오래된 친구나 각 지역 다문화 통역 선생님 한 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만약에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우리가정의 화목이 깨어진다면 시간이 지난 후에 단순한 문화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후회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특히 우리 다문화 가족은 솔직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도 궁금하고 의문이 생기면 바로바로 물어보고 서로 이해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홍지우(중국)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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