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가축분뇨 처리 행정명령을 반복 위반했더라도 행정청이 매번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절차적 하자로 인해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반복되는 명령이라도 내용이나 기간이 달라지면 독립된 처분으로 보아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며, 위법한 행정처분을 근거로 범죄 성립을 인정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행정 편의보다 국민의 절차적 권리를 우선시한 결정으로, 향후 지자체의 반복적인 시정명령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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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청사 전경(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인용) |
반복되는 행정명령이라 하더라도 각각 독립된 처분으로 보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대한민국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가축분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71)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실상 무죄 취지의 판단이다.
A씨는 2023년 4월 5일부터 2024년 2월 26일까지 충남 서산시장으로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야적된 가축분뇨 약 5400톤을 적법한 처리시설로 옮기라'는 조치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같은 해 3월에도 유사한 선행 명령이 있었으나, 이후 분뇨 살포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서 일부 이행이 중단되는 등 상황 변화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반복된 행정명령에 대해 매번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여부였다.
현행 행정절차법 제21조는 행정청이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경우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반드시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처분의 성질상 의견 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하거나 곤란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
1심과 2심은 서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각 조치 명령은 선행 명령을 반복하거나 이행을 촉구하는 수준"이라며, 별도의 의견청취 절차가 필요 없는 예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각각 선고됐고, 항소심에서는 사건을 병합해 벌금 1000만 원으로 감형됐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우선 2023년 4월 5일자 1차 추가 명령에 주목했다. 해당 명령에는 기존 내용 외에 '농경지에 살포 금지'라는 새로운 의무가 포함됐고, 이행 기간 역시 달라진 점을 들어 단순 반복이 아닌 '새로운 행정처분'으로 봤다. 이에 따라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2차부터 5차까지의 명령에 대해서도 동일한 논리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각 명령 사이에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의 시간 간격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정 변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당사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의 관계를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형사처벌은 적법한 행정처분을 전제로 하는데, 그 처분이 위법하다면 범죄 성립 자체가 부정된다"며 "설령 그 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니라 하더라도,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행정청의 절차 위반이 단순한 형식적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 보호와 직결된 본질적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위생 행정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축분뇨, 폐기물, 불법 적치물 등 반복적인 시정명령이 빈번한 분야에서 행정기관이 '신속한 집행'을 이유로 절차를 생략해 온 관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행정 실무에서는 동일 사안에 대한 반복 명령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일부라도 변경되거나 ▲이행 기간이 달라지거나 ▲시간적 간격으로 상황 변화 가능성이 존재할 경우, 매번 별도의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기준이 사실상 확립됐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행정 편의보다 국민의 절차적 권리를 우선시한 결정"이라는 해석과 함께, 향후 유사 사건에서 무죄 판단의 근거로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은 '반복된 명령이라도 절차는 반복돼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며, 행정권 행사 전반에 있어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산=임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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