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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본행정과 경영행정은 심대평 지사의 일관된 행정철학이었다. 사진=김용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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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용 교 前 충남도정책기획관 前 아산시 부 시 장 |
충남도의 역대 도지사는 취임과 더불어 "최선을 다하여 도민을 받들어 모시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여민행정(與民行政), 위민행정(爲民行政), 봉사행정(奉仕行政) 등을 내세우셨다. 심대평 지사께서도 인본행정과 경영행정 양대 축을 행정 철학으로 삼고, 도정을 수행하였다.
경영행정은 시간과 투자의 효율적 관리에 중점을 두는 행정으로 특히, 민원인에게 민원처리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것이 핵심으로 시간 단축이 민원인에게는 곧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본행정은 무엇인가? 사람이 근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정 전반에 걸쳐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존중 사상, 인권 보호 등 사람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행정을 펴나가는 것" "도민 위주로 생각하고, 도민 위주로 판단하고, 도민 위주로 결정하고, 도민 위주로 시행하는 것"
하나의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정책을 구상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분석 평가하는 등의 일련의 정책과정에 항상 도민을 염두에 두고 행정을 펴나가는 것이다.
내가 평소 심 지사로부터 자주 들은 말 중에도 "정치나 행정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 이윤이나 이익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도민, 주민보다는 상사의 성향이나 눈치를 먼저 보고, 거기에 맞춰가며 행정을 수행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행정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공직자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로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 다섯 가지 덕목을 오상(五常)이라고도 하며 유교의 중심사상을 이루고 있다. 심대평 지사를 오랜 기간 모시다 보니 그의 행정 철학인 인본행정(人本行政)의 이념이 상당 부분 오상과 연결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오상 중 먼저 인(仁)의 함의(含意)는 무엇일까?
인(仁)은 윤리적인 모든 덕(德)의 기초로 인을 확산시켜 실천하면 이상적 상태에 도달한다고 하였다. 인정·공경·공손·사랑·자비·사람다움 등 인의예지 전체를 아우르는 전인격적 인간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곧 인(仁)의 단서로 "타인의 불행을 남의 일로 생각지 않고, 타인의 느낌을 나도 공감하면서 나와 내 가족을 보살피듯이 타인을 보살피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맹자는 또 의(義)를 분리시키지 않고 인(仁)의 위치에 놓으면서 인의(仁義)를 하나의 사상으로 보충 발전시켰다.
의(義)란 옳은 것이니 사람이 마땅히 행(行)해야 할 바른 도리이다. 인(仁)이 근원적이고 이상적이라면 의(義)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현실적인 의(義)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의사(義士) 의열단(義烈團) 등이 오상의 의(義)에 속하기도 한다. 여기서 맹자의 인의(仁義) 사상이 심 지사의 「인본행정」과 연계된 사례 두 가지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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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지사는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여 최상을 추구하자는 것을 몸소 실천하였다. 사진=김용교 제공 |
<사례1> 생계보호특별지원조례 제정 시행
심 지사께서 '95 민선 자치 1기 도지사에 출마하고, 충남도 관내를 순회하며 선거운동을 할 때, 농촌마을 등에서 홀로 사는 무재산의 독거노인 중 거택보호자로 책정되지 못하여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못 받아 생계가 매우 어려운 실정을 알게 되었다.
자식은 집을 나간 지 십수 년이 되었어도 연락이 두절되다 보니 실종되었거나 행방불명이 되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읍·면·동사무소의 주민등록에는 등재돼 있어 부양의무자가 살아있는 것으로 되면서 법규상 생활 보호 지원 대상자로 책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충남지사로 당선되어 곧바로 조례 제정에 착수하여 법령해석에 다수 논란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충청남도생계보호특별조례를 제정, 1996년 1월부터 시행하였다.
당시 도내에서 혜택을 받은 분들이 1,154가구 2,147명에 이르렀다. 타 시도에서도 이를 본받아 같은 특별조례를 제정하게 되었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충남도의 조례 내용을 받아들여 1997년 1월, 전국에 특례기준을 시달하였고 1998.8.22일에는 생활보호법을 개정하였다.
그야말로 존엄한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과 생명존중의 발로였다.
<사례2> 언청이, 화상 입은 얼굴, 다리 장애 등 무료시술
선천적으로 언청이로 태어나고, 불의의 화재로 화상을 입어 얼굴이 온통 흉터로 가득 찬 사람이 있다면 그 가정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성형수술을 하자니 그 당시 막대한 병원비는 감당하기가 어려워 부모, 형제, 자매들은 항상 가슴에 응어리를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게 여기던 심 지사는 미국 LA 슈라이너 병원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무료 시술을 해준다는 것과 이 병원 수간호사가 논산 출신임을 알게 되어 도와주실 것을 부탁하였고, 이 간호사가 적극 나서면서 1997년 2월 장애인 무료 시술 협약을 체결하였다.
2002년까지 24명이 수술을 받아 암울했던 지난날을 씻어버리고 밝은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2003년까지 추가로 44명이 수술을 받기로 하였다.
2003년 6월에는 심 지사 부부가 슈라이너 병원을 찾아가, 감사를 표시하고 앞치마를 두르고 병원 옥상에서 갈비를 구워주는 등 병원 관계자들을 위로하기도 하였다.
<사례3> 나랏돈도 내 돈같이 몸에 밴 절약 정신
심 지사를 수행하다 보면 운전석 옆에 앉은 김현철 수행비서가 뒷자리에 앉은 지사님께 "지사님 어제 만찬 비용입니다." 하면서 영수증을 건네드리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식사 몇 인분, 맥주·소주·음료수 몇 병, 금액 얼마 등이 적혀있었고, 받아 보시고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얼핏 생각하면 일도(一道)의 도지사가 밥 먹은 것까지 보고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심대평 지사의 공직관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어려서부터 근검절약이 몸에 배도록 살아왔고 선친으로부터 공직자의 공·사 구분에 대한 엄한 훈계를 받아온 터라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이름의 아버지 가르침을 어기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온 분이기 때문이다. 오·만찬 비용이 얼마나 나왔는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다.
이를 준비하는 의전 팀에게 "내 돈 아니라고 분에 넘치고 과도하게 음식을 준비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갖게 하는데 그 이유와 목적이 있다"는 것을 나는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특히, 지사님은 술병 마개를 딴 후 마시지도 않고 남긴 채 자리를 뜨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더더욱 싫어했던 것은 "심 지사 개인 돈으로 사는 것 아니잖아. 다 업무추진비로 나가는 건데…"였다. 나랏돈을 임자 없는 돈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는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예산편성 지침을 내려보내면서 연간집행 한도액을 정해준다. 흔히 Ceiling이라고 하는데 충남도의 경우, 도지사 방침에 따라 이를 실국장들에게 배분하여 도정을 수행하는데, 윤활유 역할을 하도록 하고 도지사는 나머지 10% 한도에서 집행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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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대평 지사가 박상돈( 전 충남도 기획정보실장. 2대에 걸친 국회의원.2대에 걸친 천안시장)시장과 담소를 나누고있다. 사진=김용교 제공 |
(2) 오상(五常)의 예(禮)와 심 지사의 예(禮) 철학을 대입해보자
「예의」에 대해서는 「"예의가 그렇게 중요한가? 일이 중요하지" "예의가 밥 먹여주나. 인사치레나 잘하면 되는 거지" "지금이 예의 따질 땐가?"」 등등 예의를 비하하는 말들도 많다.
예의에 대하여 심 지사는 남달랐다. 예의에 대한 지속적 강조와 큰 관심을 기울였다. 당신 스스로 예의범절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고 솔선수범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공무원 신규증원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시기였음에도 도청에 예의범절 분야를 전담케 하는 의전팀을 신설하였는데 이 의전팀에서는 도민들을 모시는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할 때나, 도청을 방문하는 손님이 오실 때 또 도청에서 외부기관 등을 방문할 때 예의범절에 벗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다 하였다.
소박한 선물을 할 때에도 받는 분의 입장을 고려하여 선물 종류를 선정하였고 포장지에서부터 포장방법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쓰면서 정성을 모았다.
의전에 관한 정신·방법·절차 등을 담은 의전보감도 편찬케 하여 책으로 만들어 공직자들이 매뉴얼로 활용토록 하였다.
심 지사는 이처럼 유별나다 할 정도로 예의를 엄중하게 보았다. 도지사의 이 같은 의지는 도청의 공직자들에게 확산되어 도민을 대하는 태도부터 종래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예의가 무엇이길래 심 지사는 이토록 중요시하였다는 말인가?
예(禮)는 공경하는 마음이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것이다.
예(禮)는 경외심과, 정성과, 겸손함을 본질로 한다.
예(禮)는 본질적 의미와 형식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도 예(禮)와 일맥상통한다.
예(禮)는 인정(人情)을 기본으로 하나 동시에 절제(節制)를 필요로 한다.
심 지사는 특히, 사람을 대할 때마다 경외심과 절제, 그리고 예의 염치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짬짬이 눈을 붙여 부족한 잠을 메꾸는 심 지사는 내가 수행했을 경우, 도정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침묵 속에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기억이 된다.
하루는 예의범절에 관한 말씀을 꺼내셨다. "예의가 말야. 상대방을 공손히 대하면 예의를 갖춘 줄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절제야. 어떻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하고 싶은 행동 다 하고 살 수 있는가? 술도 입에서 땡긴다고 무작정 마셔도 되는 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삼가하고, 자제하여 상대방 말을 더 들어주고, 일거수·일투족도 신중해야지, 그것이 절제라는 말씀을 하셨다.
김 용 교(前 충남도정책기획관/前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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