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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 |
이러한 영화적 방식의 특성을 자기 반영성(self reflexivity)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거울처럼 비춘다는 반영보다는 성찰의 의미가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과연 카메라로 찍는다는 것은 정당한 것인가. 촬영의 결과물은 피사체의 본질과 입장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폴란드의 영화감독 지가 베르토프(Dziga Vertov)의 1929년 작 <카메라를 든 사나이>가 이런 방식으로 만든 최초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작품의 제목인 <가능한 사랑>과도 연관됩니다. 정말 사랑은 가능할 것인가. 영화 속 예지의 대사처럼 해고 노동자들에게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작품 제작의 동기이지만 그녀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를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 내려는 욕망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도 여러 차례 밝혔듯이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는 영화 감독으로서의 이창동 본인을 담아낸 인물입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를 영화로 담아내려 했던 이창동 감독은 자신이 과연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있는데 한 대상을 얼마든지 미화할 수도, 혐오스럽게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카메라입니다. 시점과 앵글, 숏의 편집, 음악, 조명, 내레이션 등을 통해 진실은 은폐되거나, 왜곡, 조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술은 자유와 함께 책임과 윤리의 영역에서 반드시 점검되어야 합니다. 이 영화는 일면 해고노동자의 삶을 다루지만 또 중요하게 예술의 책임과 윤리에 대해 냉철하게 숙고합니다.
한편 영화는 줄곧 현재적 상황이 이어집니다. 예지의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호석이 다니던 회사의 대량 해고와 파업과 관련됩니다. 그러다가 중간 중간 미옥의 과거 회상이 개입합니다. 이는 예지 입장에서 단지 사건으로서의 파업과 해고가 아니라 인물의 사연, 사랑 등 인간적인 면을 다큐멘터리 영화에 삽입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현재적 상황 속에서 호석과 미옥은 타자적입니다. 해고와 파업의 현실에서도 그러하고,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도 그러합니다. 주체는 기업과 감독입니다. 그들의 의도와 결정에 응하거나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과거 회상 속에서 호석과 미옥은 주체적입니다. 훨씬 가난했고, 남루한 상황 속에 놓여 있었지만 그들은 꿈을 꾸었고, 사랑을 했습니다. 세차장 한켠의 작은 방에서 병약하게 누워 있다가 세차 물줄기에 비친 햇볕을 좋아하거나 시골집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의 끈을 이어가거나,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서울의 봉제공장 노동자로 있지만 달빛 아래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그들은 스스로에게 충실합니다.
인터뷰 장면에서, 식당에서, 별장에서 대접을 받고 호의 속에 있지만 그들은 자유롭지 않으며, 줄곧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입니다. 이 두 갈래 흐름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만나게 되고 달빛으로 승화됩니다. 상우의 별장에서 돌아온 날 밤 달빛 아래 이야기하는 호석과 미옥은 아무의 간섭이나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롯이 주체가 됩니다.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만 오래 비추는 달빛을 보며 그렇게 오래도록 사랑해 온 서로의 삶과 존재를 확인합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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