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채경욱 원장 |
'황제내경'에는 오로소상(五勞所傷)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다섯 가지 행위를 지나치게 오래 하면 몸이 상한다는 뜻으로, 구시상혈(久視傷血), 구와상기(久臥傷氣), 구좌상육(久坐傷肉), 구립상골(久立傷骨), 구행상근(久行傷筋)을 말한다. 일을 무리하게 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이기도 하다. 무엇을 오래 했느냐에 따라 필요한 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구립상골과 구행상근에 해당하는 경우다.
종일 서서 일하거나 걸어 다니는 업무를 하면 허리와 무릎, 발바닥, 종아리에 피로가 쌓인다. 한의학에서는 간(肝)이 근을, 신(腎)이 뼈를 주관한다고 보아 과로가 이어지면 근골이 먼저 지친다고 설명한다. 이런 날에는 몸을 쓰는 일을 멈추고 앉거나 누워서 쉬게 하는 것이 맞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거나 다리를 올리고 누워 있는 것도 좋다. 이때의 쉼은 말 그대로 몸을 내려놓는 것이다.
반대로 구시상혈, 구좌상육, 구와상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종일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보고,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눈이 뻑뻑하고 허리가 뻐근하며 하체 근육이 약해진다. 이런 날 퇴근 후 소파에 앉거나 누워 있으면 휴식이 아니라 같은 자세의 연장이 된다. 쉬는 날 종일 누워 있다가 오히려 더 나른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의학에서는 기와 혈이 움직임을 통해 돌고, 움직이지 않으면 정체된다고 본다. 그래서 이런 사람에게는 활동을 가미한 휴식이 필요하다. 일하는 중간에 창밖 먼 곳을 바라보고, 틈틈이 일어나 걷는 것만으로도 눈과 몸에 쌓인 부담이 덜어진다.
결국 잘 쉰다는 것은 오래 한 일의 반대편을 채우는 것일 수 있다. 많이 쓴 곳은 쉬게 하고, 쓰지 않은 곳은 가볍게 깨워주는 방식이다. 쉼은 멈춤이 아니라 균형에 가깝다.
활동적인 휴식으로 달리기는 좋은 선택이 된다. 달리는 동안 눈은 먼 곳을 향하고,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벗어나 전신이 리듬 있게 움직인다. 팔과 다리가 번갈아 쓰이며 근육이 골고루 단련되고, 호흡이 깊어지면서 기와 혈이 도는 느낌을 받는다. 한의학에서는 폐(肺)가 기를, 심(心)이 혈맥을 주관한다고 보아 달리기를 폐와 심의 기능을 북돋는 운동으로 설명한다. 땀이 나면서 가슴 속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 의학에서도 달리기의 장점은 뚜렷하다. 심폐 기능을 높이고 혈압과 혈당, 체지방 관리에 도움이 되며, 뼈에 적당한 자극을 주어 골밀도 유지에 기여한다. 하체 근력을 키워 관절 질환과 낙상 예방에도 보탬이 되고, 달린 뒤 기분이 가벼워지고 잠을 깊이 자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많다. 한의학의 기혈 순환 관점과 현대 의학의 심폐·대사 개선 관점이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셈이다.
시작은 어렵지 않다. 처음에는 걷기와 가볍게 달리기를 섞어 30분 정도로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달리는 비중을 조금씩 늘린다.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가 적당하다.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발에 맞는 러닝화를 신으며, 달리기 전후로 물을 마시면 한결 편하다. 다만 가슴 통증이나 어지럼이 있으면 멈추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쉼은 일을 멈추는 데서 끝나지 않고 몸의 균형을 되찾는 데서 완성된다. 이번 주말에는 이불 속 대신 집 앞 길을 가볍게 30분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채경욱 중경한방병원 대표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