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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명희 교수. |
발달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가족이 짊어진 삶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다. 돌봄의 굴레는 끝이 없고, 24시간 계속되는 양육 스트레스와 재활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사회적 편견은 가족 전체를 심각한 고립과 심리적 슬럼프로 몰아넣는다.
부모의 삶은 사라지고 오직 '보호자'로서의 삶만 남겨지며, 이 과정에서 가족 해체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비극이 반복되기도 하다. 발달장애는 아동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 전체의 삶을 뒤흔드는 과제이기에, 이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와 지역사회의 당연한 책무이다.
발달장애 아동 가족을 바라보는 지역사회 복지의 시선과 역할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과거 1970~80년대의 복지는 장애를 가문의 불행이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시설에 수용하여 격리하는 '수용 시설 중심'의 일방적 시혜에 머물렀다. 이후 1990~2000년대에 이르러 장애인복지법 개정과 함께 탈시설화 바람이 불면서, 재가 복지서비스와 기본적인 주간보호 센터 등이 확충되는 '기본적 생계 및 돌봄 지원' 단계로 진화되었다.
그리고 2010년대 이후 지금까지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기점으로 장애 아동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 중심의 포용적 권리 보장'을 지향하는 통합적 복지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실제로 지역사회 복지가 현장에서 작동할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발달장애 아동을 둔 한 모녀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 아들을 홀로 키우며 우울증과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던 A씨는 지역 사회복지관의 '가족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만나며 삶의 반전을 맞이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아동에게 맞춤형 주간보호와 언어치료를 제공하는 동안, A씨는 부모 상담과 자조 모임에 참여해 심리적 위안을 얻고 주말 돌봄 봉사자(휴식 지원 서비스)의 도움으로 십수 년 만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역사회의 손길이 절망 끝에 서 있던 한 가족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발달장애 아동 가족을 위한 선도적인 복지 모델을 구축한 대표적인 3곳이 있다.
첫째, 서울특별시는 '발달장애인 전생애주기별 종합지원계획'을 기반으로 25개 자치구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와 지원센터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부모의 긴급한 사정이나 휴식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와 심리상담 지원을 강화하여 가족의 양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주고 있다.
둘째, 경기도는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체계 구축'을 목표로 광역 차원의 맞춤형 돌봄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1:1 맞춤형 주간 활동 서비스와 더불어, 장애 아동 부모를 위한 힐링 캠프, 가족 휴가 지원 사업, 주말·야간 일시돌봄 서비스를 촘촘히 확장하며 모범적인 지자체로 꼽히고 있다.
셋째, 광주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통합돌봄 서비스'를 도입하여 복지 사각지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주간 맞춤형 활동과 야간 단기석을 연계하고, 전문 조력자를 배치해 부모가 밤마저 잊고 돌봄에 매달려야 했던 고리를 끊어냄으로써 전국 지자체의 귀감이 되는 통합 복지 모델을 제시하였다.
발달장애 아동 가족이 겪는 외로움과 고통은 개인이나 개별 가정이 혼자 짊어져야 할 짐이 결코 아닌것이다. 지역사회가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 돌봄의 무게를 나누어 짊어질 때, 비로소 아동과 가족은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발달장애아동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체이자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것이니, 한 아이의 장애가 가족 전체의 절망이 되지 않도록 든든하게 받쳐주는 사회가 진짜 선진 사회이다. 우리가 건넨 따뜻한 손길과 포용의 제도는 발달장애아동 가족에게 삶을 버텨낼 가장 굳건한 희망의 등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권명희 숭실대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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