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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전 통합, 방향을 묻다] 행정통합의 성공 조건… 권한·재정 확보와 지역 격차 해소가 관건

권한 이양·산업 성과·재정 지속성 검증 필요
지역별 생활권 보장하고 주민 통제 장치 갖춰야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 승인 2026-11-05 14:45

신문게재 2026-11-06 9면

충남과 대전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행정통합을 추진 중이지만, 중앙정부로부터의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재정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통해 확인된 지역 간 불균형과 통합 이후의 재정 부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업 성장 혜택의 공정한 분배와 취약 지역의 생활권 보장을 위한 세밀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결국 통합의 성패는 단순한 행정 구역의 결합을 넘어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얼마나 내실 있게 갖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개편, 대만 가오슝의 현·시 통합 사례를 통해 통합의 성패를 가른 조건을 짚어본다. 해외 사례를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경험 삼아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과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멈춰 선 충남·대전 통합… 20여 년 먼저 합친 일본의 교훈

② [르포] 충남·대전 통합의 미래는… 27년 먼저 합친 도시를 가다



③ 두 번의 주민투표도 부결… 오사카가 충남·대전 통합에 남긴 교훈

④ 먼저 합친 가오슝 16년… 충남·대전 통합에 던지는 질문

⑤ [르포] 충남·대전 통합 청사는 어디로… 가오슝 16년의 선택



⑥ 두 번의 실패는 없어야… 충남·대전 통합, 이제는 '이후'를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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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기차역. (사진= 김지윤 기자)
대전의 연구개발 역량과 충남의 제조업 기반을 결합하면 수도권에 맞설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 수 있을까. 충남·대전 행정통합의 가장 큰 명분이지만, 지방정부를 하나로 만든다고 연구 성과가 곧바로 기업의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개발한 기술이 천안·아산의 공장에 적용되려면 기술 이전과 실증, 투자, 전문인력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결국 통합의 실익은 '함께하면 커진다'는 구호가 아니라, 지금까지 두 시·도가 따로 추진해 풀지 못한 과제를 통합정부가 어떤 권한과 재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더구나 통합정부의 출범이 모든 지역에 같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첨단산업 투자가 집중되는 도시와 인구 감소로 병원·학교·버스 노선을 지키기 어려운 농촌의 우선순위는 다르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합병과 대만의 현·시 통합에서 확인한 것은 행정 경계를 없애는 결정과 통합 이후의 불균형을 관리하는 일이 별개라는 점이다. 충남·대전이 통합을 추진한다면 이제 출범 시기보다 그 위험을 통제할 제도부터 내놓아야 한다.

▲중앙정부 권한 그대로라면 통합의 실익 제한=통합특별시가 출범해도 산업단지 조성, 광역교통 투자, 공공기관 이전에 필요한 핵심 결정이 중앙부처의 승인과 예산 배분에 좌우된다면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광역단체 두 곳의 조직을 합친 뒤에도 같은 사업을 위해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면 통합에 따른 추가 비용만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개발 인허가 특례만 확대하고 재정 책임을 지방에 떠넘기면 권한 이양이 새로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특별법은 특례 조항의 숫자보다 실행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어떤 사무를 언제 넘겨받고, 그 사무를 수행할 인력과 재원을 누가 부담할지 명시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재량에 맡기는 규정만으로는 장기 사업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권한 이양이 지연될 경우 이를 점검하고 시정을 요구할 절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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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가오슝 거리. (사진= 김지윤 기자)
▲산업 성장의 이익, 어디까지 돌아가나=통합정부는 대전의 과학기술과 충남의 제조업을 묶은 산업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유치 실적과 투자액만으로 성공을 평가하면 정책은 이미 기반이 갖춰진 산업거점에 쏠리기 쉽다. 연구개발 지원이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 도입으로 이어지는지, 신규 일자리가 지역 청년의 고용으로 연결되는지, 투자에 따른 세수와 기반시설 부담이 어느 시·군에 귀속되는지 따로 확인해야 한다.

농어촌의 문제는 단순히 예산을 더 배정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의료·교통·교육시설의 효율성을 일률적으로 계산하면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권이 흔들릴 수 있다. 대만 동해대학교 천추정 교수는 광역도시로 편입돼도 농촌이 도시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지적하며, 주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살피지 않으면 외곽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농업행정의 분절과 농어촌 지원의 형평성이 논란이 된 것도 통합 이후 분야별 정책과 지역별 이해가 자동으로 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안은 투자액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별로 반드시 유지할 서비스 수준을 정하는 것이다. 응급의료 접근시간과 통학·대중교통 여건, 고령층 민원서비스를 지표로 삼고 취약지역에 우선 투자할 수 있다. 대규모 산업사업은 예상 고용과 지역별 수혜, 환경·교통 부담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농어업과 중소기업, 원도심 등 이해가 다른 지역의 의견이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될 통로도 필요하다.

▲지원금이 끊긴 뒤 남는 청구서=통합 초기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재정특례는 조직 개편과 기반시설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시적인 지원을 근거로 상시 지출을 늘리면 지원이 끝난 뒤 통합정부가 부담을 떠안는다. 일본 단바사사야마시는 합병 이후 특례재원을 활용한 시설 투자와 지방채 부담, 재정 조정의 과정을 겪었다. 합병 당시 확보한 재원이 장기간의 운영 능력까지 보장하지는 않았던 셈이다.

충남·대전은 통합 비용을 청사 이전이나 전산망 구축 같은 일회성 지출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 산하기관 재편, 기존 사업의 지속 여부, 광역교통시설의 운영비와 채무 상환까지 포함해 적어도 중장기 재정 전망을 공개해야 한다. 중앙정부 지원이 예상보다 적거나 세수가 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분석도 필요하다. 외부 전문가가 사업별 비용과 편익을 검증하고, 출범 이후에도 재정 전망과 실제 지출의 차이를 매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거대 조직의 책임, 누가 감시하나=통합은 중복 부서를 정리할 기회지만 상위 조정기구와 보직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반대로 숫자에 맞춘 일괄적인 인력 감축은 민원과 복지 등 현장 서비스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핵심은 공무원 수의 증감보다 업무의 중복을 없애고 책임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 광역정부가 직접 맡을 사무와 시·군·자치구에 남길 사무를 먼저 정하지 않으면 업무를 서로 미루거나 본청에 결정권이 과도하게 집중될 우려가 있다.

통합단체장의 예산·인사·개발 권한이 커지는 만큼 의회와 기초단체의 견제 장치도 강화돼야 한다. 지역별 투자 내역을 별도로 심사하고, 주요 사업의 성과와 민원 처리기간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조직 개편 후 일정 기간마다 외부 평가를 실시해 효과가 없거나 현장 불편을 키운 기능 배치는 수정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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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효고현 단바사사야마시 거리. (사진= 김지윤 기자)
▲주민이 선택하고 고칠 수 있는 통합으로=일본 오사카의 행정체제 개편은 두 차례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간세이가쿠인대 젠쿄 마사히로 교수의 연구에서는 개편 이후의 불확실성과 기대효과에 대한 주민의 이해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주민이 단순히 통합의 찬반을 선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시사점을 남긴다.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비용을 부담하는지 비교할 자료가 먼저 제공돼야 한다.

대만 천 교수는 전면 통합 외에도 교육 등 특정 분야에서 먼저 공동 운영을 시도하고 성과를 살피며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식을 제안했다. 충남·대전 역시 전면 통합과 단계적 협력의 비용·편익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다. 통합을 선택하더라도 산업·교통 등 핵심 공동사업의 목표를 사전에 정하고 달성 여부를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주민 의견 수렴은 출범을 위한 일회성 절차가 아니라 정책을 고칠 수 있는 상시적인 통제 장치여야 한다.

통합이 수도권 집중에 맞설 유력한 선택지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거대한 지방정부 하나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지역의 경쟁력과 주민의 삶이 개선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앙정부에서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을 확보했는지, 성장의 혜택이 산업거점 밖으로 확산되는지, 지원 종료 후에도 재정이 유지되는지, 잘못된 결정을 주민이 바로잡을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충남·대전에 필요한 것은 출범을 서두르는 정치적 결단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책임을 제도로 남기는 설계다. <끝>
일본 오사카·효고현,대만 가오슝=김지윤·이혜린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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