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 수도권

[기자수첩] 물류센터는 화성에, 교통 부담은 오산에…교통영향평가 밖의 책임

이인국 기자

이인국 기자

  • 승인 2026-11-05 14:25
(사진=이인국 경기본부장) (2)
(사진=이인국 경기본부장)
대형 물류센터 하나가 들어서는 데 필요한 것은 부지와 건축허가만이 아니다. 수천 대의 차량이 오갈 도로와 교차로, 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지킬 교통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화성시 정남면 덕절리 물류센터 건립을 둘러싼 오산시와 세교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이 원칙을 다시 묻고 있다.

이곳은 연면적 10만1228㎡ 규모의 물류센터를 2023년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거쳐 2025년 6월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하루 발생 교통량이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2028년 8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평가 당시의 교통 여건이 앞으로도 유효하냐는 점이다. 세교2지구 입주와 세교3지구 개발계획, 서부로 재개통 등 주변 환경은 달라지고 있다. 물류센터 차량만 따로 계산한 수치가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혼잡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교통영향평가는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이지만, 심의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교통대책의 완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물류시설은 화물차의 이동 경로와 통행 시간대에 따라 특정 교차로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하루 총량뿐 아니라 어느 도로로, 언제, 어떤 차종이 이동하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오산시가 4일 주민 간담회를 열고 재검토 요구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세교지역 10개 아파트 9194세대 주민들은 대형 화물차 통행에 따른 혼잡과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오산시는 경기도에 평가 재검토를 건의하고, 오산IC 방향 주요 도로와 원동로 주변 5개 교차로의 교통량 조사 및 개선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사안에서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행정 책임의 경계다. 사업은 화성시가 관리하지만 교통 불편은 오산시민에게 나타날 수 있다. 사업 인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와 교통 부담을 받는 지자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주민 피해가 협의의 사각지대에 놓여서는 안 된다.

물류센터 명칭에 '오산세교'를 사용하지 말라는 오산시의 요청도 지역 혼선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명칭 정리만으로 주민 우려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실제 교통량을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어떤 비용과 책임으로 개선할 것인지 명확히 하는 일이다.

경기도민 청원에는 4일 기준 9400여 명이 동의했다. 1만 명을 넘으면 경기도의 정책 반영을 위한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주민들의 요구가 단순한 민원에 그치지 않고 광역 차원의 조정과 검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교통대책은 평가서에 적힌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사 차량의 이동부터 물류센터 운영 이후의 화물차 흐름까지 점검하고, 주변 개발계획을 반영해 교통량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 혼잡이 확인되면 신호체계 조정과 교차로 개선 등 실질적인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물류센터는 화성에 세워지지만 도로는 행정구역의 경계에서 끊기지 않는다. 개발의 편익과 부담이 서로 다른 지역에 나뉜다면, 행정의 책임 역시 경계를 넘어야 한다.

이번 사안의 해법은 주민 불안을 달래는 선언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교통대책과 지속적인 사후관리에서 찾아야 한다. 경기=이인국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