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에는 사계절의 변화를 음식으로 느끼는 문화가 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산과 바다에서 다양한 제철 식재료가 나오면서 식탁도 한층 풍성해진다.
일본 음식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말 가운데 하나는 '슌(旬·しゅん)'이다. 음식의 맛이 가장 좋은 제철을 뜻하는 말로, 일본에서는 식재료의 계절감과 가장 맛있는 시기에 음식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을이 되면 갓 수확한 '신마이(新米·햅쌀)'가 식탁에 오른다. 벼농사는 오랜 세월 일본인의 생활과 식문화의 바탕이 됐으며, 쌀은 다양한 계절 행사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으로는 '산마(さんま·꽁치)'를 빼놓을 수 없다. 한자로 '秋刀魚'라고 쓰는 산마는 소금구이한 뒤 무즙과 감귤류를 곁들여 먹는 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밤과 고구마, 감, 버섯 등이 대표적인 가을 먹거리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색과 모양으로도 계절을 표현한다. 가을에는 단풍을 연상시키는 붉은색과 노란색을 음식에 활용하고, 밤이나 고구마로 만든 과자와 디저트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음식점과 편의점에서도 가을 한정 메뉴를 출시해 음식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술 문화에서도 가을의 정취를 만날 수 있다. 겨울에 빚어 숙성한 술인 '히야오로시(ひやおろし)'가 가을에 출시돼 제철 음식과 함께 즐겨진다.
한국과 일본은 햅쌀과 밤, 고구마, 감 등 비슷한 가을 식재료를 즐기며 수확의 풍요로움을 나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이러한 음식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이웃 나라의 생활과 정서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시모토 시노부 명예기자(일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